현대차그룹, 대미 투자 확대해 로봇 개발·생산공장 설립 추진
현대모비스, 로봇 핵심부품 사업 진출 “車 부품 기술 활용”
현대위아 ‘제조·물류 로봇’ 제품 확대, 보급성과 확대 가능성
“로봇 사업 구체화”···“성과 여부는 지켜봐야” 목소리도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로봇 스팟이 미국 조지아 신공장 HMGMA의 차량 조립 과정에 투입됐다. / 사진=HMG저널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로봇 스팟이 미국 조지아 신공장 HMGMA의 차량 조립 과정에 투입됐다. / 사진=HMG저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260억달러 규모의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의 로봇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이번 투자 분야 중 하나로 로봇을 앞세워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는 그간 그룹의 로봇 사업 로드맵에 발맞춰 사내 전담 조직을 재편하거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관련 역량을 강화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점에 맞춰 미국 내 로봇공장 설립 등 분야별 전략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10억달러로 발표한 대미 투자액을 이번에 50억달러 증액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의 로봇, 제철, 자동차 등 3가지 ‘미래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제철, 자동차 등 분야 투자(210억달러) 계획을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 증가분에서 로봇 분야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추후 세부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 HMGMA의 완성차 조립, 운송 과정에 각종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미국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 HMGMA의 완성차 조립, 운송 과정에 각종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미국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 일환으로 현지에 연 3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로봇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로봇 이노베이션 랩으로 불리는 시설에선 로봇의 생산뿐 아니라 설계, 제조, 테스트, 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을 현지 로봇 생태계의 ‘허브’로 삼고 현지 기업 협력 확대,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업화 등에 힘쓴단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분야별 매출 비중 목표로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 30%, 로보틱스(로봇) 20%를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10월 양재 본사에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1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고, 이번에 로봇 분야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간 제품 개발, 공급 성과를 단편적으로 공개했던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을 한층 구체화했단 평가가 나온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한미 정상회담 당일 대미 투자 확대는 로봇 공장 건설이 목적”이라며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업이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가 이날 공식 채용 홈페이지에 게재 중인 로보틱스사업추진실 채용 공고. / 사진=현대모비스 공식 채용 홈페이지 캡처
현대모비스가 이날 공식 채용 홈페이지에 게재 중인 로보틱스사업추진실 채용 공고. / 사진=현대모비스 공식 채용 홈페이지 캡처

◇ 현대모비스, 로봇 사업에 차량 조향 시스템 기술 접목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가 이번 그룹 투자 결정을 계기로, 각각 추진 중인 로봇 사업에 힘을 얻는 모양새다. 대미 투자 계획인 로봇 공장 설립, 완성차 생산능력 확대 등에 양사 역량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로봇 액추에이터 개발 사업을 본격 개시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차량 조향 시스템에 적용 중인 기술을 로봇용 액추에이터 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HL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 HL만도도 같은 맥락에서 그룹 로봇 사업의 일부인 액추에이터 분야를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로봇용 액추에이터에 관한 핵심 부품의 설계, 개발을 수행할 사내 조직 ‘로봇사업추진실’을 구성했다. 로봇사업추진실은 모터, 기구·시스템, 전자, 소프트웨어(SW) 설계 등 분야별 인재들이 로봇의 부품과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이날 사업 진출 발표에 앞서 현대모비스는 로봇용 액추에이터에 관한 글로벌 영업, 기구·전장 시작(시험제작)/평가 등 분야별 경력직 인재를 모집해왔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액추에이터 분야를 시작으로 센서, 제어기, 로봇 손(핸드그리퍼) 등 영역으로 로보틱스 사업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의 액추에이터 사업은 향후 그룹사별 로봇 제품군에 적용 가능한 핵심 부품의 개발, 생산 능력을 내재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전동화 등 자동차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점에서 사업간 시너지로 노릴 수 있다.

현대위아가 미국 조지아 소재 신공장 HMGMA에 공급한 자율주행 운반로봇(AMR)이 실내에서 완성차를 운송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위아가 미국 조지아 소재 신공장 HMGMA에 공급한 자율주행 운반로봇(AMR)이 실내에서 완성차를 운송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위아, 공장·빌딩주차장에 자율주행 로봇 공급 중

현대위아는 사업 분야 중 하나인 공장 자동화 설비의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하고 2020년대 들어 사업을 공식 전개했다. 지난 2022년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고정노선 물류로봇(AGV) 상용화 추진 사실을 발표한 후 그룹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작년 미국 조지아주 소재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모비스 북미 공장 양산 라인에 AMR을 공급했다. 지난 6월엔 1.5톤까지 적재 가능한 AMR을 출시하는 등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현대위아는 올해 들어선 HMGMA 자동화 공장에 주차로봇을 보급했다. 그룹 시설 뿐 아니라 일반 상업용 주차 빌딩을 대상으로 제품의 적용성, 확장성을 검증하고 이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밖에 자동화 부품 조립·운송 자동화 로봇, 협동로봇으로 양산라인 적용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있다.

현대위아는 축적된 로봇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단 전략이다. 지난 상반기엔 앞서 설계, 검증 등 기능별 팀 단위로 나뉘었던 로봇 관련 부서를 상무급 수장이 이끄는 로봇사업실과 산하 복수 팀으로 재편해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이 서울 성동구 소재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 투입돼 차량을 자동 주차하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현대위아가 개발한 주차로봇이 서울 성동구 소재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 투입돼 차량을 자동 주차하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그룹사의 공장 준공, 증설에 발맞춰 현대위아의 로봇 솔루션 보급 성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룹사 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사의 제조, 주차, 물류 등 기능별 시설에 투입 가능한 점에서 사업 외연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단 관측이다.

양사는 로봇 사업에 이제 발을 뗐거나, 그룹사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간 유의미한 규모의 성과를 내보이긴 이른 상태다. 업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성과 여부를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대미 투자가 이제 막 발표됐기 때문에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이 어떤 역할을 맡거나 성과를 거둘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현재 로봇 분야 초기 투자 단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반복되고 산업이 성장하면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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