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매출 신기록, 영업익도 역대 두 번째···믹스·환율 덕분
美 관세 리스크에 촉각···“생산·공급망 재편, 전사적 대응할 것”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2분기 이후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리스크 대응에 만전을 기한다.
현대차는 24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3조5574억원) 대비 2.1% 증가한 3조633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조6585억원에서 9.2% 증가한 44조40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8.7%에서 0.5%P 하락한 8.2%다. 매출액은 지난 2019년 1분기 이후 7년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조642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는 지난 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0.6% 감소한 100만1120대(도매 판매 기준)를 판매했다. 하지만 고부가 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기타 승용차(37만5000대)보다 부가가치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57만6000대)의 판매 비중이 더 높이고 하이브리드차(13만7000대), 전기차(6만4000대) 등 친환경차(21만2000대) 판매도 확대했다.
경쟁 격화와 미국 관세 대응을 위한 재고 확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비용이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1조3080억원), 수수료감가상각비 등 기타 비용(1조4510억원) 등이 전년동기 대비 늘었다. 할인 전략 등 인센티브 확대로 인한 지출 확대가 친환경차 판매에 따른 이익 상승분을 상쇄(-416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 분기에 이어진 전년 동기 대비 높은 평균 환율(달러당 1453원) 덕분에 601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얻었다.
◇ 미국 신차 가격 2달간 동결 결단···“수익성엔 악영향”
현대차가 지난 분기 대내외 여건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단 평가를 받지만, 시장에선 2분기 이후 현대차 실적 추이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 관세 정책 여파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달 들어 대부분 국가에서 만들어진 완성차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했다. 이어 내달 3일 현지 수입된 자동차 부품에 같은 비율의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 무역 적자가 지속된단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미국 관세 영향을 받은 현대차그룹의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최소 1조9000억원(KB증권)에서 최고 5조2000억원(SK증권)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차가 관세 정책에 대응해 신차 가격을 높이지 않기로 한 점도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지난 4일 현대 모델 라인업의 평균판매가(MSRP)를 오는 6월 2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두 달 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을 감수하고 현지 수요를 지속 창출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한편, 판매 감소로 인한 손실 확대를 막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겸 대표이사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은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이승조 재경본부장 “팬데믹 이겨냈듯 관세 영향 극복할 것”
현대차는 수시로 유예되거나 수치가 조정되는 등 바뀌는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숫자로 분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환율 외부 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비용, 공급 등을 효율화하는 데 내부 역량을 집중한단 방침이다.
윤태식 현대차 IR실 실장은 “관세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현재로선 관세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추후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불확실한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별 현지화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미국 관세 대응 TFT를 출범해 전사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두 공장의 생산 효율을 높여 원가절감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지 공장의 생산이 안정화, 확대되면 관세 영향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MGMA의 생산 물량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기로 앞서 발표한 점도 같은 목적에서다.
미국 부품업체를 발굴해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부품 소싱 다각화도 추진한다. 현재 취급 중인 자동차 부품 가운데 개발, 품질·성능 테스트 등 절차를 비교적 단기간에 완료할 수 있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다뤄 관세 절감 효과를 앞당긴단 전략이다.
현대차는 또한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차종을 대내외 여건에 맞춰 이관하는 방식으로 생산 최적화를 시도 중이다. 전기차 분야에선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을 일원화하거나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밖에 효율 낮은 분야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데 힘쓴단 방침이다. 현대차는 신차 판매도 확대한단 전략이다. 팰리세이드, 넥쏘, 아이오닉6 등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지난달 말까지 미국향 완성차를 최대한 선적해 3.1개월 수준의 재고를 비축했고 자동차 부품 재고는 더 많이 확보했다”며 “해당 재고로 관세 영향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는 코로나19 유행,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불구하고 개선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수익성 극대화, 체질 개선을 달성한 전례를 갖고 있다”며 “관세 영향도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 경영환경 분석 등을 통해 손익을 만회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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