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주요 배터리 셀·소재 업체, 영업이익률 제자리
中 CATL 10% 넘겨···원재료 공급망 확대 전략
핵심광물 내재화·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늘려야

SK온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생산 거점. / 사진=SK
SK온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생산 거점. /사진=SK온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마의 벽’으로 불리는 영업이익률 ‘10%’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CATL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10%를 넘기며 국내 배터리 3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 덕도 봤지만 핵심 원재료인 리튬 재고를 쌓아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이차전지 업계의 수익성은 리튬·니켈 등 핵심광물 내재화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셀·소재 업체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로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배터리 셀 업체 중에선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 전략을 내세운 삼성SDI가 7.7%로 가장 수익성이 높았다. 배터리 3사는 올해 분기 최대 매출을 보였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5.2%, SK온은 –3.5%의 영업이익(손실)률을 냈다.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 소재 업체들은 5% 내외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배터리 업계의 매출도 매년 30% 이상 뛰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익성만큼은 제자리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중국 CATL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10.8%을 달성했다. 매출은 1002억1000만위안(약 17조9816억원)으로 국내 배터리 3사와 비슷한 규모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108억9000만 위안(약1조9541억원)을 기록하며 3사 합계의 3배를 윗돌은 것이다.

CATL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2분기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보다 작았다. 작년 한 해 동안 리튬 가격 상승 폭이 컸고, 내수 위주 판매가 많다 보니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고객사로부터 보전받는 가격연동제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내수 시장에 머물던 CATL이 수출로 눈을 돌리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671억6900만 위안(약 12조원)에 달해 전체 매출의 35.5%를 차지했다.

핵심광물 광산 지분 취득 등 공급망 강화 전략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CATL은 호주, 칠레 등 리튬 매장량이 많은 해외 광산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확보해왔다. 올해 초에는 확보한 막대한 리튬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제품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정책도 펼쳤다. 최근에는 광산 채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광권을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광권을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 모습. / 사진=포스코홀딩스

원자재 수급 능력은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차전지는 변동비 비중이 높아 수익성을 위해 광물 및 중간재 수급처 확보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협력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캐나다 아발론, 일렉트라, 스노우레이크 등 3개 기업과 핵심 광물인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확보를 위한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과 11월 호주 레이크리소스,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장기 공급계약을 넘어 광산을 소유하고 직접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하기도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사가 소유한 아르헨티나 염호리튬 광산을 통해 2027년부터 10만t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생산능력은 2030년까지 연 42만3000t에 이를 전망이다.

수급 불일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리튬의 안정적 공급은 포스코퓨처엠의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간 내부 거래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리튬의) 시장 가격이 요동치며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그룹 내 보유한 (리튬) 물량이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도 공급망 강화 전략 중 하나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10년 이상 쓴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을 채취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불안정한 원자재 수급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폐배터리 발생 용량 추이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폐배터리 발생 용량 추이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구조적 문제로 배터리 업계가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재-셀-완성차’ 벨류체인의 끝단인 완성차 업체도 영업이익률 10% 달성이 쉽지 않아서다. 배터리는 원재료 가격과 연동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산업 자체가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산업이다”며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수익성이 올라간다는 주장이 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도 수익성 확보라던가 차량 가격 하락을 위해서 배터리 셀·소재 업체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 사이 계약 관계가 중요하다”며 “(수익성 향상을 위해선) 완성차 업체가 높은 가격에 배터리를 사줄 만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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