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우상향 곡선 그리며 디젤차 제치고 2위 차지
전기차, 캐즘·포비아·인프라 부족 등으로 판매 감소
쏘렌토·카니발·아반떼 HEV 인기에 출고기간 1년 가까이 걸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완성자동차 업계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바로 하이브리드(HEV)다. 차세대 자동차로 여겨졌던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포비아(공포증)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내연기관과 전기차 가교 역할을 하는 HEV는 급성장하며 시장 내에서 장악력을 높였다.

HEV 강세에 따라 해당 엔진이 있는 차량과 없는 차량 간 판매 격차가 벌어졌으며, 일부 차량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전기차는 기존 인기 차량들도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으며, 신차도 기대만큼 높은 판매를 기록하진 못했다.

26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1~11월 HEV 판매량은 35만2307대로 작년대비 24.3% 증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작년 같은 기간 HEV 판매량은 28만3365대로 경유차(28만8834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판매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올해 1~11월 경유차 판매는 13만2030대에 그쳤다.

HEV는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휘발유차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휘발유차는 81만4973대, HEV는 16만9478대로 약 5배 차이가 났지만, 올해는 휘발유 71만9664대, HEV 35만2307대로 약 2배 차이로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올해 1~11월 전기차 판매는 13만9067대로 작년대비 7.2% 감소했다. 전기차는 지난 2022년까지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으나 작년 성장세가 꺾인데 이어 올해는 감소폭이 더 커졌다.

현대차와 기아 주요 전기차 모델을 살펴봐도 대부분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1만3602대로 전년대비 14% 감소했고, 아이오닉6는 올해 4776대에 그치며 작년대비 47.5% 줄었다. 이를 포함한 현대차 전체 전기차 내수 판매는 4만2002대로 작년대비 28.7% 감소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EV6 판매량이 8899대에 그치며 작년대비 46.2% 줄었고, EV9도 1903대로 64.5% 떨어졌다. 올해 새로 출시한 EV3가 5개월 동안 1만2390대를 판매했지만 예상보다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 전기차,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화재 등 ‘악재’

올해 전기차 판매가 고꾸라진 것은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한 선발대 수요가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전기차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대중 소비자’로 넘어가야 하지만 아직까지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해당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충전 인프라다. 정부와 자동차 기업들이 나서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 때문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있다. 여기에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30분 가까이 걸리는 긴 충전 시간도 구매를 꺼리는 요소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관리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관리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국내에선 전기차 화재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벤츠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수십대 차량이 전소되면서 캐즘에 이어 포비아까지 번지면서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HEV, 높은 연비와 주행 성능으로 인기몰이

이에 비해 HEV는 높은 연비와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고유가 시대에 차량 주행 시간이 긴 소비자들의 경우 HEV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통상 같은 모델이라도 HEV 연비가 일반 내연기관 대비 50% 가까이 높기 때문에 운영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전기 모터로 인한 저속 주행시 정숙성과 고속 주행시 우수한 가속력 등을 통해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HEV 인기는 대기 기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쏘렌토. / 사진=기아
 쏘렌토. / 사진=기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된 올해엔 대다수 차량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기 기간이 줄었지만 HEV의 경우 여전히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영업점에 따르면 이달 아반떼 HEV는 출고까지 10개월, 쏘렌토 HEV는 8개월, 카니발 HEV는 12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반 내연기관 모델은 대부분 1~3개월 이내 출고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코리아도 HEV 인기에 힘입어 그랑콜레오스가 월 6000대 가까이 판매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그랑콜레오스는 6202대를 판매해 쏘렌토, 싼타페에 이어 국내 자동차 전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HEV 인기로 국내 완성차 실적도 고공 행진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고수익 차종인 HEV 판매 확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현대차 HEV 비중은 12.9%에 달하며 작년대비 4.3%p 올랐다. 기아 HEV 비중은 국내 28.2%, 서유럽 19.2%, 미국 8.6%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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