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판매 23만8987대, 전년比 3.7% 감소
순위권 업체 변동 미미···“고물가·전기차 캐즘 속 역성장”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올해 경기 불확실성, 고금리 기조 속 수입차 판매가 작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권 업체 면면이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BEV) 등 친환경차 수요가 지속 증가했다.

27일 자동차 통계 전문조직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1월 국내 수입 승용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25만4390대) 대비 3.7% 감소한 23만8987대로 집계됐다.

업체들이 신차를 앞다퉈 출시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했지만 고금리·고물가 기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인해 판매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선두 업체인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에서 확인되는 부분이다.

수입차 업체 신차 판매 추이. / 자료=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수입차 업체 신차 판매 추이. / 자료=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작년 10위권 업체들은 올해도 위상을 고수한 가운데, 업체별 엇갈린 실적 추이를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 업체로 사실상 굳혀진 BMW코리아는 작년(6만9552대) 대비 3.6% 감소한 6만7056대를 기록했다. 5시리즈, 7시리즈 등 인기 세단 모델을 비롯해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 전기차 판매량(5974대)도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또한 판매 상위 10위 목록에 5시리즈(2위), X5(7위), X7(8위). 7시리즈(9위) 등 4종을 등극시켜 베스트셀러 입지를 과시했다. 반면 작년 성과 확대를 이끌었던 주요 모델별 디젤 버전이나 기본(엔트리) 트림의 판매량이 감소했다. 전기차(BEV) 판매실적도 1186대 줄어 전체 볼륨을 축소시켰다.

BMW 5시리즈 내연기관 모델(오른쪽)과 전기차 i5. / 사진=BMW 코리아
BMW 5시리즈 내연기관 모델(오른쪽)과 전기차 i5. / 사진=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선두권 위상을 유지했지만 올해 5만9567대로 전년(6만8135대) 대비 14.7% 줄었다. 모델별 기본(엔트리) 트림을 후속 투입하는 등 볼륨 확대를 시도했지만 초대형 세단 S-클래스, 고성능 AMG, 전기차 등 주요 차종의 판매 감소에 악영향 받았다.

다만 일부 모델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인기 준대형 세단 E-클래스 11세대 완전변경 모델(2만2030대)을 BMW 5시리즈(1만8815대)보다 약 3개월 늦게 출시했지만 판매량에서 앞섰다. E-클래스는 단일 모델 중 최다 판매 모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8월 화재 사태 이후 전기차 판매가 더욱 위축됐지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쳐 판매실적을 일부 만회했다. 지난 9월 EQA, EQB 등 전기차를 대상으로 월 납입금 40만~50만원대의 특별 렌탈 상품을 출시한 결과 전기차 월 판매량 최고치(937대)를 기록했다.

2024년 수입 베스트셀링카. / 자료=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2024년 수입 베스트셀링카. / 자료=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 테슬라만 ‘독야청청’···디젤차 줄고 전동화 차량 더 늘어

기존 상위 5위권 업체들이 대부분 자리를 고수한 가운데 테슬라 코리아가 3위로 급부상했다. 테슬라 코리아는 11개월간 2만8498대를 판매해 연말까지 3만대 기록을 최초 돌파할 전망이다.

전기차 4종만 판매 중인 가운데 중형 SUV 모델Y(1만7671대), 중형 세단 모델3(1만319대)를 각각 판매 3위, 4위에 등극시켰다. 전기차 캐즘 속에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무료 시공,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을 이례적으로 실시해 고객 수요를 성공적으로 창출했다는 분석이다.

렉서스. 토요타, 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사그라든 이후 기저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국 철수 이슈로 홍역을 치렀던 포드·링컨이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할인 전략을 펼치고 철수 이슈를 일시적으로 해소해 판매 성과를 개선했다.

수입차 시장의 디젤차 감소가 두드러진 반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전동화 차종 판매 비중이 증가세를 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11월 수입 디젤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2만857대) 대비 65.5%나 감소한 7195대로 집계됐다. 반면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제외) 11만9905대, 전기차 4만6830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8%, 101.4%씩 증가했다.

토요타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 사진=최동훈 기자
토요타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 사진=최동훈 기자

차량 시동을 걸거나 엔진에 출력을 보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신차가 하이브리드차 판매실적에 포함돼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을 갖췄지만 전기모터만 작동시켜 주행 가능한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비교된다.

전기차 판매실적은 테슬라 실적을 제외하면 오히려 21.2% 감소해 여전히 캐즘에 허덕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체 판매실적만 볼 때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은 것이 확인된단 관측이다.

실적 추이가 엇갈린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사업을 서로 다르게 반추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연말까지 프로모션을 적극 실시해 막판 판매 성과 확대에 힘쓰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사와 결속을 다지며 실적 개선과 고객 충성도 유지, 제고에 분투했다”면서도 “올해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 가운데 축소된 시장 안에서 대부분 업체들이 역성장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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