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디젤모델 지난달 단산···타스만 가솔린 터보모델만 소개
하이브리드차, 연비 높지만 비싸···현대차 “가격 갭 합리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친환경차 전략의 일환으로 경유(디젤) 차량을 제품군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이 커지는 실정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현재 판매 제품 목록에서 디젤차를 배제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판매했던 싼타페,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을 올해 일절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달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생산을 중단해 구매계약 접수를 종료했다. 이달 초 사전계약을 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 2세대 완전변경모델에서 디젤 모델을 뺐다.
기아도 지난달 출고 개시한 준중형 SUV 스포티지 5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디젤 모델 없이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 중이다.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도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모델만 공식 소개되고 있다. 양사는 포터, 봉고 등 소상용차의 디젤 모델까지 단종시켰다. 생산 중단된 모델을 제외하면 업체별 남은 디젤 승용 모델은 스타리아, 쏘렌토, 카니발 등 3종에 불과하다.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업 특성상 연비 좋은 디젤차가 적합하다”며 “운행 중이던 구형 투싼 디젤 모델을 처분하고 최신 투싼 디젤 모델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렌터카 업체에 물어보니 차량이 단종돼 계약 불가라고 해 아쉽다”고 말했다.
◇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고객, 디젤 연료비 뽑으려면 47만㎞ 타야
양사의 디젤차 배제는 고객의 신차 구입 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가 디젤차의 장점인 높은 연료효율을 더욱 개선한 차종으로 주목받지만, 가격이 높다.
예를 들어 기아가 지난해 출시한 2024년형 스포티지의 엔진별 공인 복합연비(이륜, 18인치 휠 기준)는 디젤 13.9㎞/ℓ, 하이브리드 16.7㎞/ℓ다. 1만㎞ 주행시 연료비가 디젤 108만5611원(ℓ당 1509원), 하이브리드 99만7000원(가솔린 ℓ당 1664원)에 달한다. 디젤차 고객이 하이브리드차 고객보다 1만㎞당 연료비 8만9000원씩 더 지출하는 셈이다.
다만 모델별 최저가는 하이브리드 3213만원, 디젤 2789만원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424만원 비싸다. 하이브리드 모델 고객이 절약한 연료비로 디젤 모델 대비 신차 구입비 차액을 충당하려면 47만6000여㎞ 운행해야 하는 것으로 단순 산출된다.
디젤 고객이 통상 1만㎞ 주행 후 엔진 관리를 위해 주입하는 요소수를 구입하는데 1만~2만원 지출하는 점을 고려해도 모델간 비용 격차를 단기간 좁히기 어렵다. 하이브리드차 고객의 초기 구입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가 하이브리드차 세제혜택을 축소시켜 하이브리드차 신차 구입 부담이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 구매자에게 적용하던 각종 세금 감면 규모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국회는 지난 10일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반출(공장 출고) 또는 수입 신고된 하이브리드차의 구매자는 개별소비세 70만원,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 21만원,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교육세 합산액의 10%) 9만원씩 최고 100만원 감면받는다. 감면액이 기존 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가치세 13만원 등 최고 143만원에 비해 43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 채권 매입금 감면 한도도 20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는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져 국회 통과 필요없이 국무총리,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후 시행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취득세 최고 40만원 감면혜택은 제도 일몰로 인해 내년부터 납세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차 구매자는 내년부터 2년간 기존 대비 세금을 최고 143만원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전략과 세계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와 함께 지속 개발, 양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네이버 공식 포스트 게시글에서 “디젤차는 오랜 기간 효율적이고 힘 센 차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돼왔고 디젤차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쳐도 제조사가 소비자 선택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의 성능을 개선하고 디젤차와 가격차를 합리적 수준으로 좁혀왔고 이젠 많은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