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ℓ 초과 모델 수 줄어, 터보·하이브리드차 인기
소비자들, 성능·감성보다 세금·유류비 절약에 주목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의 3.0ℓ 이상 고배기량 엔진 모델 판매실적이 최근 수년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는 고객 신차구매 경향과 글로벌 규제 등을 고려해 순수 내연기관차 라인업을 축소시키는 중이다.

1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그랜저, GV80, K8 등 브랜드별 주요 모델의 2.5ℓ 초과 고배기량 모델 판매 비중이 하락했다.

배기량 3.0리터 이상 국산 모델별 판매 비중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배기량 3.0리터 이상 국산 모델별 판매 비중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그랜저 전체 판매량 중 가솔린 3.5ℓ, LPG 3.5ℓ 모델의 비중은 2021년 24.9%에서 지난해 12.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GV80 가솔린 3.5ℓ 모델의 판매 비중도 22.8%에서 19.0%로 줄었다. 팰리세이드, G90 등 고배기량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돼온 일부 고급차만 다수 비중을 유지했다.

양사의 고배기량 모델 등록 대수 증가율도 최근 수년간 하락했다. 양사의 배기량 2.5ℓ 초과 모델의 등록대수는 2021년 419만8158대에서 작년 4.0% 증가한 436만6860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2년 1.9%에서 작년 0.7%로 하락했다. 전체 모델 판매 대비 고배기량 판매 증가세가 약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사 전체 등록대수 중 고배기량 모델 등록대수 비중도 2021년 15.3%에서 지난해 14.7%로 조금씩 하락했다.

배기량별 승용차 과세 표준. / 자료=법제처
배기량별 승용차 과세 표준. / 자료=법제처

◇ 그랜저 3.5ℓ 자동차세, 1.6ℓ보다 年 47만원 많아

고배기량 엔진 모델의 판매 감소는 차량을 더욱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고배기량 모델에 더 많은 세금이 매겨진다. 현재 비영업용 승용차에 매겨지는 배기량 1㏄당 자동차세는 1.0ℓ 초과 1.6ℓ 이하 모델 140원, 1.6ℓ 초과 모델 200원이다.

예를 들어 그랜저 1.6ℓ(1598㏄)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에 매겨지는 연간 자동차세는 22만3720원이다. 이에 비해 그랜저 3.5ℓ(3470㏄) 가솔린 모델에 69만4000원이 부과된다. 고배기량 모델을 운행할 때 연간 47만28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고배기량 모델의 연비가 더 낮아 유류비 등 운행 중 지출이 더 큰 점을 고려하면 저배기량 모델의 구매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경제성 뿐 아니라 친환경성을 고려해 적극 구매하고 있어 고배기량 차가 더욱 외면받는 상황이다. 그랜저 3.5ℓ 모델(18인치 휠 기준)의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163g으로, 1.6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 배출량(88g)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랜저 3.5ℓ 모델이 주행성능 좋고 주변에서도 구매를 권장해서 혹했다”면서도 “세금, 유지비를 생각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2.5ℓ 모델인데 하이브리드차는 비싸서 2.5ℓ를 최종 선택했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에 장착된 파워트레인 시스템의 투사도. / 사진=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에 장착된 파워트레인 시스템의 투사도. / 사진=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 양사 고배기량 모델 감소세 “전동화 전환 가속”

현대차, 기아는 이 같은 국내 소비자 구매 경향을 반영해 고배기량 모델을 축소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대형차 팰리세이드 신모델에 기존 3.8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배제하고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만 각각 장착했다.

기아는 이번 1분기 중 출시할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도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할 예정이다. 현재 양사가 3.0ℓ 초 배기량을 적용한 람다3 엔진을 탑재해 판매 중인 모델은 현대차 그랜저·스타리아, 제네시스 전 라인업(전기차 제외), 기아 K8·K9·카니발 등 소수에 그쳤다.

기아가 지난해 단종한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 장착했던 3.3 가솔린 터보 엔진. / 사진=HMG저널
기아가 지난해 단종한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 장착했던 3.3 가솔린 터보 엔진. / 사진=HMG저널

양사가 최근 3년간 발표한 연구개발 성과 중 엔진에 관한 사례는 지난 2022년 현대차가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3.5ℓ 배기량 가솔린 터보 엔진 1개밖에 없다. 해당 엔진은 현재 제네시스 G90, GV80 쿠페에 전용 사양으로 탑재됐다. 양사는 디젤 엔진에 이어 가솔린 엔진 가짓수를 줄이는 등 순수 내연기관차 라인업을 좁히고 제품 전동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중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내연기관차의 수요 감소, 규제 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연기관차의 연비 효율 개선,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 확대 등 포트폴리오 전동화 전환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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