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잠정 영업익 26조9067억원, 전년比 0.6%↑
리콜 연장·프로모션 확대 영향으로 지출 증가
믹스 개선·환율 상승 순기능에 손실 일부 만회
해외사업 다각화·신차 출시로 입지 강화 노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실적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성장세는 둔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 다각화, 리스크 관리 등 전략을 펼쳐 수익성을 방어하고 시장 위상을 고수할 계획이다.

24일 현대차, 기아에 따르면 양사의 작년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26조7348억원) 대비 0.6% 증가한 26조906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차, 기아 합산 연간 실적 추이. / 자료=각 사
현대차, 기아 합산 연간 실적 추이. / 자료=각 사

같은 기간 양사 합산 매출액은 262조4720억원에서 7.7% 증가한 282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예측치(컨센서스)보다 매출액이 0.9% 많은 반면, 영업이익은 2.6% 적었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8.1%, 기아 11.8%로 전년 대비 현대차가 0.1%P 하락한 반면, 기아는 0.2%P 상승했다.

실적 증가폭은 예년에 비해 축소됐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양사 매출액,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비율로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한 자리수 증가폭을 보였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 증감 요인을 정리한 도표. / 사진=현대차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 증감 요인을 정리한 도표. / 사진=현대차

신차 판매가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모델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을 늘려 실적 성장세를 유지했다. 양사 글로벌 신차 판매는 현대차 414만1959대, 기아 308만9300대 등 합산 723만1259대로 전년(730만4282대) 대비 1.0% 감소했다. 이 중 배터리·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현대차 18.3%, 기아 21.4%로 전년 대비 1.8%P, 2.3%P 상승했다.

국내 시장에서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을 비롯해 악천후, 노조 파업 등 요인에 따른 공급 차질 등에 영향받은 결과다. 해외 시장 중 북미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중국과 유럽 지역의 양사 신차 수요가 줄었다.

기아의 2024년 영업이익 증감요인을 분석한 도표. / 사진=기아
기아의 2024년 영업이익 증감요인을 분석한 도표. / 사진=기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판매보증 충당금 지출이 커진 점이 수익성을 저해한 주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서 그랜드 싼타페(한국명 맥스크루즈)의 람다2엔진 보증을 연장해 3200억원 규모 충당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수소전기차 넥쏘의 일부 연식 모델을 대상으로 시정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리콜 비용을 포함한 ‘기타 요인’에 따른 연간 영업이익 감소분이 1조97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아도 현대차 리콜 대상과 같은 엔진을 장착한 모델의 보증 연장을 실시했다. 이밖에 양사 모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에 대응해 전기차를 비롯한 핵심 모델의 구매혜택(인센티브)을 강화함에 따라 지출이 더욱 커졌단 분석이다. 반면 양사가 신차 구성(믹스)을 고부가 모델 위주로 개선하고 각종 원재료비 인하, 환율 상승 등 호재를 만나 영업이익 감소분을 일부 상쇄했다.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 HMGMA. / 사진=현대자동차 북미법인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 HMGMA. / 사진=현대자동차 북미법인

◇올해 영업익 목표, 작년 실적보다 낮게 잡아

양사는 올해 트럼프 2기 정책 변화, 산업발전 속도 둔화 등 글로벌 경제 변수를 고려해 실적 목표를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신차 판매 목표로 지난해 실적보다 0.7% 증가한 417만대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폭을 작년 기록한 7.7% 보다 낮은 3.0~4.0% 범위 안에서 늘린단 목표다. 영업이익률도 작년보다 낮은 7.0~8.0% 수준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아는 321만6000대 판매, 매출액 112조5000억원, 영업이익 12조4000억원, 영업이익률 11.0% 등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작년 실적과 비교해 판매 4.1%, 매출액 4.7%씩 늘린 반면 영업이익 2.1%, 영업이익률 0.8%P씩 낮게 설정했다.

현대차, GM 최고경영진이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실판 아민 GM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마크 로이스 GM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 사진=현대차
현대차, GM 최고경영진이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실판 아민 GM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마크 로이스 GM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품질 확보, 원가 개선, 판매 효율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단 전략이다. 이 중 판매 부문에서 전기차 관련 북미 현지 생산 체계를 본격 가동하고 하이브리드차의 글로벌 판매를 늘리는 등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수익성을 적극 방어할 계획이다. 또 다른 주요 시장인 유럽에선 전기차 판매 확대를 추진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다른 정책 리스크와 유럽의 연비규제 강화 등 대내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에 신속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가 올해 주요 시장에 순차 출시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 사진=기아
기아가 올해 주요 시장에 순차 출시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 사진=기아

기아도 시장별 업황에 맞춰 수익성 방어 전략을 유연하게 펼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차로 타스만, 시로스(인도 전략형), PV5, EV4(글로벌), EV5(한국)를 각 시장에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선진 시장인 북미, 유럽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지속 늘릴 계획이다. 신차를 대거 투입하는 시장에선 출시 효과를 예상해 인센티브를 보수적으로 적용한단 방침이다.

김승준 기아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기아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제품 믹스, 평균 판매가격(ASP) 개선에 따른 본원적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올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율을 유지하는 등 숫자로 경쟁력을 입증해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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