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서 ‘미국 우선주의’ 강조
“수입산 관세 인상 및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현대차, 미국 수출 비중 55%에 달해 타격 커
현지 생산거점 강화 및 전문가 중용해 신속 대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도 트럼프 2기 대응에 분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선포하면서 수입산 제품 장벽을 높이고 있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황금시대가 이제 시작한다”며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더불어 수입산에 대한 관세 부과 확대 방침과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며 바이든 정부의 ‘그린 뉴딜’ 종료를 알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수입산 제품에 대해 중국은 60%, 다른 국가의 경우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책이 뼈아플 수 밖에 없다. 관세가 오르게 될 경우 그만큼 가격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현지 기업들과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총 218만698대를 수출했는데 이 중 55.6%가 북미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은 유럽 18.7%, 아시아태평양 9.1%, 중동·아프리카 9.1%, 중남미 5.2% 등이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정책이 진행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 영업이익이 19%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전기차 우대 정책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현지 전기차 판매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전기차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폐지하고 내연기관차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현지 전기차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데,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판매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아이오닉9, GV70 전기차 등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서 현지 전기차 판매에 ‘적색불’이 켜졌다.
◇ 현지 생산 확대에 HEV 비중 늘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전기차 축소 등을 우려해 현지 생산을 늘리고, 하이브리드(HEV) 판매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국 조지아 공장이다.
조지아 공장은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곳에선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었으나, 최근 전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전기차 주의 등을 감안해 HEV도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조지아 공장에서 전기차 뿐 아니라 HEV 생산도 병행할 계획이며, 생산량도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 美 전문가 전진배치에 기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는 물론 미국 전문가를 중용하면서 유연하고 신속한 현지 대응 전략을 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신임 사장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차가 외국인 CEO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19년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북미 지역 실적 개선을 견인했으며, 이후에도 현대차가 미국 점유율을 올리는 데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역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까지 핵심 요직을 맡았다.
미국 국무부에서 은퇴한 후 작년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 중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원)를 기부했다.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면 취임 축하 만찬을 비롯한 관료 모임 행사 등에 참석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취임식 만찬에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 성 김 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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