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위기에 맞서는 관점과 자세 비롯해 혁신·위기극복 DNA 강조
“위기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더 위험, 외부 자극은 오히려 도움”
실력 중심 등용, 창의적·열성적 인재 존중, 과감한 투자, 전략적 협력 등 강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회에서 ‘고객 만족’과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모든 임직원이 업무 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혁신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신년회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객 만족도 향상과 적극적인 위기극복 자세 등을 당부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신년회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객 만족도 향상과 적극적인 위기극복 자세 등을 당부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6일 현대차그룹은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2025년 신년회’를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등 현장에서 신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그룹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신년회를 진행했다. 이는 고객을 중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신년회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과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송창현 사장, 성 김 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사장, 현대캐피탈 정형진 사장, 현대건설 이한우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신년회는 글로벌 전 그룹사에 생중계 됐다. 현대차그룹은 신년회를 시작하기 앞서 최근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정의선 회장은 “우리는 지난 한 해 많은 것을 이뤘다”며 “여러분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룬 성과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물”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피해갈 수 없는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라며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낙관에 사로잡히거나 비관적 태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명성을 드높였으나, 불안한 국제 정세와 무역 갈등,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신흥 경쟁사 도약 등 외부 불확실 요소가 여전하다.

정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라며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어떤 외부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며 “잘 버티자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퍼펙트 스톰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야지,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위기 극복 넘어 미래 기회 창출로 연결해야”

이와 함께 정 회장은 대내외 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도전’과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으로 언급하며 위기 극복 방안도 구체화했다.

먼저 예상할 수 있는 도전에 대해선 지금까지 한 것처럼 면밀하게 준비해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새해 그룹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호성 기아 사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창현 현대차 사장) / 사진=박성수 기자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새해 그룹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호성 기아 사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창현 현대차 사장) / 사진=박성수 기자  

정 회장은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 콘텍스트, 역사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객관적인 분석과 종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갖추게 되면,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체질을 바꾸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으며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차그룹 DNA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에 대해서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에,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에, 성 김 고문역을 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고 갑론을박이 있을 때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답이 있을 것”이라며 “최상의 품질 제품을 제공해 고객 행복과 만족도를 올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임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고 임하기를 당부했다.

◇ 올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 전동화 중심으로 위기 극복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전동화 차량을 중심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0%는 올해가 기회의 한해라고, 나머지 40%는 위기라고 답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현대차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0%는 올해가 기회의 한해라고, 나머지 40%는 위기라고 답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내수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동화 차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팰리세이드 후속모델을 비롯해 하이브리드 등을 통해 최대한 방어할 것”이라며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기차 캐즘을 비롯해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으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는 인프라 부분을 비롯해 전체 생태계 차원에서 같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전기차 이후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확장성을 고려하면서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담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차에 대해선 “넥쏘 후속 모델을 올해 출시하는 한편 각종 기술 코스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며 “하지만 수소는 꼭 필요한 미래 에너지로서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북미 투자, 트럼프 정권서 결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곧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하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위기 극복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이전 행정부 시기에 북미 시장에 큰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투자가 지금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될 무렵에 결실을 맺고 있다”라며 “미국 시장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HMGMA(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몇 년내 연간 30만~50만대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으로 곧 아이오닉9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북미 시장에 대해 “미국, 멕시코, 한국 등 3개 공장에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하는 정책에 맞춰 포트폴리오, 모델 믹스, 관세 부분 등에서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대차그룹 영업이익률이 남들보다 뒤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을 운영하는데 있어 다른 브랜드보다 유연성이 좋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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