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대급 실적 달성에 장재훈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
기아도 호실적 속 송호성 사장 유임 및 최준영 부사장 사장 승진
트럼프 2기 체제에 현지 전문가 전진배치···호세 무뇨스 대표 및 외교 전문가 성김 사장 선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대표이사 및 사장단 인사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 기조를 분명히 했다. 성과를 낸 임원에게는 보상을, 부진한 대표는 교체하며 상과 벌을 확실히 구분했다.
동시에 정의선 회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 정세가 급변하는 것을 대비해 현지 전문가들을 전진배치하면서 내실을 다지며 신속대응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15일 현대차그룹은 2024년 대표이사 및 사장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정 회장 체제의 중역을 맡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장 부회장이 승진한 것은 현대차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달성하며 작년대비 54% 증가,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22년에 9조8198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최대 기록을 달성했으나 1년 만에 신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차,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이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며 지난 3분기 현대차는 영업이익 3조9000억원대(람다 2엔진 품질비용 제외)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현대차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 공을 인정받아 장 부회장이 승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회장 뿐 아니라 이번 인사에선 호세 무뇨스 사장이 대표이사로 보임했다. 현대차가 외국인 CEO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겸 북미권역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주요 활동 무대인 북미지역에서 최대 실적을 경신한 공을 인정받았다.
올해 3분기 현대차 북미 판매량은 30만대로 작년대비 9.3% 늘었으며, 특히 SUV 비중이 70%를 넘기면서 현대차 수익 개선을 견인했다. 여기에 올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렸으며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현대차·기아 북미 전기차 누적 판매는 9만대를 돌파했다.
최준영 기아 부사장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도 실적 개선 및 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최준영 사장은 기아 국내 생산담당으로 생산성·품질 경쟁력을 높여 기아 실적 신기록 달성에 기여했고, 이규복 사장은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창사 이래 첫 인베스터데이를 여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주도한 성과를 보였다.
기아 최대 실적을 이끈 송호성 기아 사장은 유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과 함께 부진한 계열사 대상으론 ‘메스’를 들고 개혁에 나섰다.
먼저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새 대표 자리에 백철승 부사장을 임명했다. 여수동 사장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로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기아 주력 차종 생산에 차질이 생겨 피해가 컸다.
또한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상황 속에서 체질 개선을 위해 이한우 현대건설 전무(주택사업본부장)를 부사장 및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엔 주우정 기아 부사장(재경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주우정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회사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는 오준동 기아 상무(전동화생기센터장)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오준동 부사장은 향후 현대케피코 운영체계 고도화를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 최적화 및 전동화 중심 미래 신사업 전환에 주력할 전망이다.
여수동 사장을 비롯해 현대케피코 유영종 부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부사장은 고문 및 자문에 위촉될 예정이다.
◇ 정의선, 트럼프發 비상사태 공감···美 예의주시
이번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주목할 또다른 점은 정의선 회장의 ‘미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다.
이미 현대차그룹에서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은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동시에 SUV·대형차·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종 판매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3분기 현대차와 기아 북미 판매량은 57만3000여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30%에 달하며, 특히 기아의 경우 3분기 북미지역 매출 비중이 46.4%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처럼 북미 시장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위기를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선거 공약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최소 10% 보편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자동차에도 해당이 되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량을 높일 계획이나, 아직까지 수출 물량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경쟁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머스크 CEO를 차기 행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또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폐기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미국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다른 경쟁사 대비 피해가 덜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은 미국 전문가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해서 현지 상황 변화에 신속·능동적으로 반응하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호세 무뇨스 CEO가 대표적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난 2019년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북미 지역 실적 개선을 견인했으며, 이후에도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 확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임명하기로 했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미국 국무부에서 은퇴한 후 올해 1월부터는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영입은 그룹 싱크탱크 역량 제고 및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 김 사장은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면서 그룹 인텔리전스 기능 간 시너지 제고 및 글로벌 프로토콜 고도화에 기반한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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