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동차 대미수출액 190억달러로 가장 높은 만큼 타격도 클 듯
IRA 폐지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 영향도 악재
현대차그룹, 조지아 공장과 GM과의 협업 통해 돌파구 마련 가능성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사실상 당선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국내 완성차가 가경 쟁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는 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분위기에 수출길이 막힐까 우려하고 있다.

6일 트럼프 후보가 주요 승부처에서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재선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후보는 지지자들이 모인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라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트럼프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중국산에 6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외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선 10~20%의 보편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 우려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190억달러(약 26조5100억원)로 작년보다 28.9% 늘었다. 미국은 성장률도 높지만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기준 현대차·기아는 북미 시장에 165만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차 북미 판매량은 30만여대로, 전체 판매의 약 3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아 북미 판매량은 27만여대로 약 35%에 달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출하는 모델들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관세 인상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이 축소되면 추후 전기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전기차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선거 활동 당시 바이든 정부에서 내세웠던 전기차 의무화나 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 등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했던 보조금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국 산업 우선주의와 대중국 견제 강화, IRA 지원 감축·폐지 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 재편이 예상된다”라며 “관세 인상에 따른 경영악화, 수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공급망 및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 측에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및 투자 확대를 통한 고용과 경제 기여도를 강조하고 일본·독일 등 주요 대미 흑자국과 협력해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조지아 공장 가동 통한 현지 생산 확대···GM과의 협업 가능성도

불확실성 속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현현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조지아 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조지아 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현대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아이오닉9, 기아 EV9 등 대형 전기 SUV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약 30만대 규모다.

현대차 조지아 공장. / 사진=현대차
현대차 조지아 공장. /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조지아 공장에서 단순 전기차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도 병행 생산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는 국내는 물론 북미에서도 갈수록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차급인 만큼 추후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관세 장벽 정책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업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지난 9월 양사는 차량,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 공동 개발 및 생산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사는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 통합 소싱 방안도 검토한다.

아직 양사 협업 내용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공동 생산을 언급한 만큼 추후 GM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 현지에서 현대차 모델을 생산하는 방식도 논의할 전망이다.

GM과의 협업은 생산 비용 절감과 더불어 현지 생산 확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협력을 통해 양사는 북미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실적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와 기아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기술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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