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서 올 연말 전기차 현지 생산 돌입···세액 공제 등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 높여
미국, 인도, 한국의 경우 전기차 시장 잠재력 큰 데 비해 중국 기업 침투 어려워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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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 인도, 한국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3개 지역의 경우 중국 전기차 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여건인 동시에 전기차 시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현대차는 해당 지역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며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하고 아이오닉5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추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가칭)’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6개 전기차 모델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손 잡고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해 현지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면서 미국 현지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 연말부터 현지 생산 체제가 구축되면 1위인 테슬라와 격차를 좁힐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현대차는 현지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며,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올해 말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전기 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인도는 최근 세계 최대 인구수를 보유한 국가로 등극한 동시에 자동차 시장에서도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인도 정부가 전기차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기차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게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으로 인해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캐스퍼 EV를 비롯해 아이오닉9 등을 출시하며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릴 계획이다.

◇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맞대결 피해야

이같은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행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업들과 경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PHEV 포함) 1위는 중국 BYD로 86만7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48만3000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BYD 시장 점유율은 20.2%다. BYD 뿐만 아니라 10위권 내에 지리, 상하이모터스, 창안 등 4개사가 중국 기업일 정도로 중국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 자료=SNE리서치
/ 자료=SNE리서치

그동안 중국 기업들의 경우 현지 판매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현대차그룹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3개 지역의 경우 정치적, 사회적 이슈 등으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진출하기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곳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전기차에게 관세 폭탄을 부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면서, 미국내 중국산 전기차 설 자리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으로 인해 양국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도 정부에서 중국 기업 진출을 막고 있다. 지난해 BYD가 인도에 약 1조원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했지만, 인도 정부에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고, 고급차 선호도가 높은 만큼 중국산 전기차가 침투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 업체 진출이 어려운 미국, 한국, 인도에서 80~90%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특히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은 40%, 이익 비중은 50%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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