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75조원으로 현대차 ‘역대 최대’
SUV·친환경차·북미 등 고수익 시장 확대···달러 강세도 긍정적
올해 미국 시장서 현지 생산 강화하며 관세 등 위기 돌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작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차 매출은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질주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친환경차 확대 등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위상을 높였다.
이에 고수익 차종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현대차 수익이 개선됐고, 여기에 달러강세까지 겹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현대차는 2024년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작년 현대차 매출은 전년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103조9976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68.9%가 오른 셈이다.
현대차 매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수익 차종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현대차 전체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414만1959대로 전년대비 1.8% 줄었으나 수익성이 높은 SUV와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세단보다는 SUV가, 내연기관보다는 친환경차 수익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현대차 SUV 판매량은 232만5000대로 작년대비 약 1.1% 늘었다. 전체 판매량 내 비중은 56.1%로 전년대비 1.6%p 올랐다.
같은 기간 친환경차 판매는 75만7000대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HEV)는 49만7000대로 전년대비 32.8%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원달러환율도 현대차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년 원달러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4분기 기준 전년대비 5.8% 오른 1396.8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매출 상승 이유로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 믹스 개선 및 가격 인상, 우호적인 환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는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줄었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으로 전년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판매보증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작년 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부채에 해당하는 판매보증충당금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해외 판매 확대를 위해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가 상승한 점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와 비교해선 낮지만 대당 500달러 수준의 인센티브 상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충당부채의 경우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시선은 ‘미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도 북미를 중심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우선주의 강화, 전기차 축소 등 위기가 있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을 포기해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가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 중요도는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작년 현대차 지역별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북미 시장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작년 현대차는 한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었지만 북미의 경우 작년대비 9.9% 증가한 119만1000대를 판매했다.
미국의 경우 친환경차 판매량이 21만7000대로 가장 많았으며 성장률도 25%에 달한다. 또한 SUV 비중의 경우 미국은 74.3%로 다른 지역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의 경우 작년 SUV 비중은 45.3%로 전체 평균 이하다.
현대차는 올해 GM과 협력을 강화하며 북미와 중남미에서 장악력을 높일 계획이다. 양사는 올해 1분기 내에 공동구매 계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현대차의 전기 상용차를 GM 브랜드로 재출시하는 ‘리뱃징’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미국 조지아 공장과 앨라배마 공장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컨콜에서 “현재 미국에서 100만대 가량 판매하고 있는데,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을 하면 약 70~80%는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RA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조지아 공장에서 HEV와 내연기관 등이 생산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EV 판매 둔화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매출 신기록 전망···이익률은 후퇴
현대차는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통해 매출 성장률이 3~4%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최대치로 환산하면 182조2404억원이다. 판매대수의 경우 작년대비 0.8% 증가한 417만대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률 예상치는 7~8%다. 매출과 이익률을 최대치로 계산하면 올해 목표 영업이익은 14조5792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올해 목표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작년대비 소폭 늘어나거나 정체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사는 작년대비 판매량은 약 1%, 점유율은 0.1%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와 HEV의 경우 각각 전년대비 53%, 30.2% 증가한 33만6000대, 64만7000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