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日 기업 약진, 올해 경쟁격화 예고
트럼프 2기 정책도 변수
HMGMA 전면 가동·프로모션 강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전기차(BEV) 시장에서 12만4065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선두 테슬라 판매 6만3762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만 제너럴모터스(GM) 11만4426대, 포드 9만7865대를 제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15일 자동차업게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EV9 등의 모델이 미국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정책 변화와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움직임과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 등은 현대차그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현대차그룹 브랜드별 판매량은 현대자동차 6만1727대, 기아 5만6099대, 제네시스 6239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감폭으로 현대차 7.2%, 기아 86.8%을 기록한 반면 제네시스는 2.6% 감소했다. 그룹 판매량은 32.0%로 양호한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브랜드에 비교적 불리하게 작용하는 미국 IRA를 우회할 수 있는 리스 판매 방식으로 판매 확대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IRA는 전기차의 배터리 핵심광물 원산지, 완성차 조립 지역 등 조건에 따라 신차 구매 세제율을 차등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시리즈가 상품성을 인정받은 점도 호실적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아이오닉 5(4만4400대)는 단일 모델 중 판매량 4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작년 미국 전기차 판매 결과에 자동차 제조사의 강력한 인센티브, 우수한 리스 거래, 연방 및 주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수혜가 반영됐다”며 “현대차그룹 등 기업들이 눈에 띄게 판매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2기, 자국중심 산업 정책 예고···“현지생산·영업 강화해야”
올해 현대차그룹이 시장 위상을 이어가기 위한 관건으로 현지 양산 조기 안정화, 인센티브 강화, 아이오닉9 론칭 성공 등 세가지가 꼽힌다. 오는 20일 임기를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 부과, IRA 폐기 등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그룹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무역수지 개선을 명분으로, 임기 개시 후 한국을 비롯한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모든 품목에 10~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한국산 수입품에 보편관세 20%가 붙으면 현대차, 기아 양사 영업이익이 관세 부과 전 대비 2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에 초기 운영 중인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전면 가동하면 관세 대응이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혜택 축소, 철회에 대응할 판매 전략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폐기해 현재 최고 7500달러(약 1100만원) 적용되는 친환경차 구매 세제혜택을 배제할 계획이다. 미국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 판매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다.
세제혜택이 없어지면 전기차 사업 부진에 허덕이는 일부 미국 토종 업체들에게 숨 돌릴 여지가 생긴단 분석이다. 테슬라가 현대차그룹 등 경쟁사를 따돌리고 전기차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이 세제혜택을 누리지 못하면 신차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해 HMGMA 생산 물량을 빠르게 높여 한국산 전기차 수출 물량을 대체하는 한편, 생산단가 절감과 프로모션 확대 등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은 “한국산 신차에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수출 물량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생산 계획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기아 EV9 인기···‘형제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9 흥행 기대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후속 모델의 성공적인 출시가 더욱 중요해졌단 관측이다. 지난해 만만찮은 성장세를 보였던 경쟁사들의 공세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테슬라가 주춤했지만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은 실적을 올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륨 모델 중 하나인 모델Y의 부분변경모델 출시가 예정됐다. 쉐보레, 캐딜락, GMC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GM(11만4426대)도 작년 전기차 판매 실적을 전년 대비 1.5배 넘게(50.8%) 늘렸다. 포드 실적(9만7865대)도 35% 증가했다. 신생기업인 리비안(RIVIAN, 5만1579대)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현지 인기 차종으로 성과를 거두며 기성 업체들과 어깨를 견줬다.
BMW(5만980대)가 i5, i7 등 고급차 라인업을 내세워 처음 전기차 5만대 판매기록을 돌파해 일반차 브랜드인 현대차, 기아를 바짝 추격했다. 전기차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혼다(3만3017대), 토요타(1만8570대) 등 일본차 업체들도 소수 모델로 실적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올해 각 사가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시장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이에 맞서 올해 야심작으로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9의 흥행 가능성은 앞서 출시된 기아 동급 모델 EV9의 성과로 입증됐단 분석이다. 지난해 본격 판매된 EV9은 2만2017대를 기록해 기아 전기차 판매 실적의 39.2% 비중을 차지했다. 양사는 이밖에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5 부분변경모델·아이오닉5 N, 기아 EV4·EV6 부분변경모델 등을 선봬 성장세를 이어간단 전략이다.
랜디 파커(Randy Parker) 현대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는 작년 미국에서 다양한 제품과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해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며 “아이오닉 9와 같은 흥미로운 신모델과 조지아주에 있는 HMGMA에서 생산을 늘리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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