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라인 384마력, 카이엔보다 강력···“고속 안정성 돋보여”
아이오닉9보다 24만원 저렴, 사륜구동·부스트 모드로 차별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의 주행성능과 안정성을 앞세워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한다. EV9은 현대자동차 동종 모델 아이오닉9과 비교할 때 퍼포먼스에 더욱 특화했단 평가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와 강원 화천군에 걸쳐 EV9 GT라인 6인승 모델을 시승했다.
EV9 GT라인은 사륜구동(4WD) 방식에 대용량 99.8㎾h의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롱레인지 모델에 마련된 최상위 트림이다. 하위 트림과 비교해 단시간 속력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부스트 모드를 비롯해 셀프 레벨라이저(차량 후면부 높이 자동 조절), 전측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전용 디자인 등이 기본 탑재된다.
차량의 구동력은 하위 트림의 4WD 모델과 동일하다. 전륜·후륜에 1개씩 모터를 2개 장착해 최고출력 384마력, 최대토크 71.4㎏f·m(700Nm)의 힘을 발휘한다. 포르쉐의 준대형 가솔린 SUV 카이엔(360마력, 42.8㎏·m)보다 높은 수치다.
EV9 GT라인(이하 EV9)의 주행 경험은 앞서 시승한 아이오닉9과 유사하다. 대형차지만 강한 구동력을 부드럽게 발휘해, 더 작고 민첩한 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작할 때 저항력이 느껴지는 운전대(스티어링 휠)와 두 페달은 차량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운전자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은 정방향 상태에서 조금 돌렸을 땐 방향 전환하는 정도가 작지만, 더 많이 돌릴수록 더욱 민감하게 조향한다. 정속주행 중 천천히 차선을 바꾸거나, 나들목 같은 커브 구간을 지날 때 모두 탑승자들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 차량에 전달되는 충격도 잘 흘려보낸다. 과속방지턱이 앞바퀴에 처음 닿을 때 ‘턱’ 걸린 듯한 충격이 느껴지지 않고, 차량 전면부가 위로 들리는 현상도 잘 완화된다. 맨홀 뚜껑과 같이 패인 홈을 한쪽 바퀴로 밟고 지나갈 때 차가 뒤뚱뒤뚱 흔들리는 현상을 빠르게 해소한다. 아이오닉9이 탑승자 자세를 최대한 평지를 달릴 때와 같은 상태로 유지시킨다면, EV9은 흔들리는 차체를 수평으로 빠르고 안정감있게 되돌린다.
EV9의 이 같은 특성은 기아 차 특유의 기민한 움직임을 배가시킨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살짝 힘줘 밟아도 차가 뛰쳐나가는 현상을 막고 여유롭게 속력을 높인다. 포장 도로에서 차체가 수평을 잘 유지하고 노면 충격을 잘 흘려보내기 때문에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계를 봐야 실제 속력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기 때문에 과속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브레이크 페달을 깊이 밟을수록 제동력도 강하게 발휘하지만 부드럽게 감속해 안정적이다.
시승 후 기록한 전비는 공인 복합 수치(3.8㎞/㎾h)를 상회했다. 남양주와 화천을 왕복하는 동안 편도 구간에서 전비를 두 차례 측정했다. 성인 2명, 어린이 3명이 탑승하고 트렁크에 20㎏ 짐을 실었다. 두 구간 모두 교통이 원활했고, 정지 신호를 만나 멈추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서너번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 외엔 대부분 회생제동 기능으로 감속했고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로 차량을 멈춰세웠다. 이 후 기록한 전비는 동일하게 5.4㎞/㎾h다. 이를 배터리 용량에 곱해 단순 산출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40㎞에 달한다. 동급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포함한 EV9 GT라인 가격은 7917만원이다. 아이오닉9 6인승 최상위 트림(캘리그래피) 가격 7941만원보다 24만원 낮다. 사양 구성을 비교하면 EV9 GT라인이 4WD인데 비해 아이오닉9 캘리그래피는 2WD가 기본 적용됐다. EV9 GT라인에 자외선 살균 시스템이 탑재되지 않지만 부스트 모드를 지원하는 점에서 아이오닉9 캘리그래피와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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