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보호무역주의 시작, 보편관세로 높아지는 수출 장벽
韓 10~20% 관세 부과 예상…반도체·車 경쟁력 축소 우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선거 운동 시절부터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하며, 중국에 60%, 다른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공언해왔다.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명목으로 자동차 및 철강에는 다른 분야보다 더 높은 관세 장벽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인 만큼 관련 업계는 관세로 나타날 피해가 최소화하기 위해 ‘초긴장’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일각에선 취임 직후 10~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편관세란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의 모든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일괄적으로 10~2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 정책 추진의 목표는 현지 근로자를 보호하고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 및 멕시코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를 추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무역 전쟁이 취임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발발하는 셈이다.
동맹국인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시카고에서 열린 경제클럽 대담에서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강조한 동시에 한국을 ‘머니머신(부유한 국가)’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매년 100억달러(약 14조7500억원)를 지출한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한국산 트럭에 관세를 부과한 사실을 언급했다. 즉, 관세를 추가 부과해도 이를 감당할 수준의 경제력이 한국에 있다고 말한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리나라를 대담에서 꼬집어 말한 것은, 한국의 대미 수출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란 분석이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약 190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727억달러를 시작으로 7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기록을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수출증가에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도 557억달러를 기록해 2023년보다 약 25% 증가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흑자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의 무역 적자해소에 집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로 인해 20년가량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 중인 우리나라에 강한 통상 압력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
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혜택 등을 받기 위해 국내 기업이 대거 현지에 생산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데, 이것이 발목 잡힐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 폐지 및 축소를 공언해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 및 공장 건설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도 흔들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그동안 무관세로 진행돼왔는데, 향후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받아온 수혜도 줄어들 전망이다.
자동차와 배터리, 친환경에너지 분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국내 완성차 수출량의 절반 가량은 미국으로 향한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 등의 경쟁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전 재임기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먹이며 자동차에 관세 25% 적용을 검토한 바 있어, 새 임기가 시작되는 2기 행정부에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기업은 미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파악 중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관세 추가 부과 등의 위협에서 벗어나려 한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5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기부 행렬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또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시장인 만큼 발전적인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위협받는 동시에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도 동시에 신경써야할 시점”이라며 “미국으로 향하지 못한 중국 물량이 우리나라 등 아시아에 대거 공급될 수 있어 국내 산업계에 큰 불황이 찾아올 수 있어 미국은 물론 중국 상황도 동시에 면밀히 파악해야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