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5개월 대기···수출 확대에 내수 물량 부족
현대차 “일시적 현상, 납기 짧아질 예정”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경차 캐스퍼가 구매 계약 후 통상 한 달 이내 출고됐지만, 현재 수개월이 지나야 고객에게 인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 확대에 따른 내수 물량 부족이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11일 현재 현대차는 캐스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캐스퍼 모델별 출고 대기(납기) 기간을 전기차(캐스퍼 일렉트릭) 5개월, 가솔린차 6~9개월로 안내 중이다.
캐스퍼 일렉트릭 고객은 모두 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가솔린 모델은 선택사양 중 1.0 가솔린 터보 엔진이 포함된 패키지 액티브 I이나 액티브 Ⅱ를 선택하면 6~7개월, 선택하지 않으면 9개월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작년 고객 선호도 높은 사양을 탑재해 미리 생산해 둔 재고나 전시장에 배치된 모델을 선택하면 더 빨리 인도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모든 소비자들이 여전히 원하는 때 차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작년 10월 중순쯤 캐스퍼 일렉트릭을 계약해 그 다음주에 받았는데 일주일만 계약 늦었어도 재고가 소진돼 5개월 더 기다릴 뻔했다”, “전엔 일주일 안에 차가 나왔는데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 가솔린 모델 부족하고, 전기차는 남고
캐스퍼 납기가 길어진 주 요인으로는 현대차의 수출 확대 전략과 내수 수요 예측 실패가 지목된다. 현대차는 내수 중심으로 판매하던 캐스퍼를 일본, 유럽 등지에 순차 출시했다. 소형차, 전기차가 각각 인기를 모으는 각국에 브랜드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를 투입해 실적 확대를 노리고 있다.
캐스퍼는 현재 광주광역시 소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다. GGM 공장은 연산 10만대 규모를 갖췄지만 작년 내수 중심 판매, 소비심리 위축,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추세) 등 여건 속에서 5만3000여대 생산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모델별 공급, 수요가 괴리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캐스퍼 가솔린 모델은 작년 3만1233대 생산됐다. 이에 비해 판매량은 내수 3만3917대, 수출 8646대 등 4만2563대로 생산량을 초과했다. 전년 생산분이 올해 판매실적으로 잡힌 결과로 보인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작년 2만1776대 생산되고 내수 7871대, 수출 14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대차가 캐스퍼 일렉트릭을 본격 수출하기 앞서 내수 부진에 직면하면서 재고가 쌓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GGM 일부 근로자들이 사측과 진행 중인 임금 및 단체 교섭 협상(임단협)이 진전되지 않은 점에 반발해 파업한 점도 생산 차질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GGM 근로자(인턴 포함) 680명 중 2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GGM 지회는 임금 7% 인상, 호봉제 도입, 상여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달 14일부터 간부, 부서별 순환 파업을 간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부 인원만 파업에 참가해 공장이 가동 중단될 정돈 아니지만, 차량 출고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일각에선 GGM 노조의 파업이 당초 무(無)노조, 무파업을 비롯해 생산 목표 달성을 급여 인상 조건으로 설립된 GGM 운영 방침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양한 변수가 출고 대기 기간을 늘린 가운데, 애먼 국내 소비자만 손해 보는 형국이다.
현대차도 작년 부진했던 내수 개선을 시도하는 가운데 볼륨 모델 중 하나인 캐스퍼의 판매 차질에 고심 중이다. 캐스퍼의 지난달 국내 판매대수는 전년동월(3006대) 대비 69.2%나 감소한 926대에 그쳤다.
이 중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 공백 기간 등이 겹쳐 186대 판매됐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올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에 맞설 모델로 주목받는 가운데 출고 난항의 여파가 크단 관측이다.
BYD는 국내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BYD 코리아가 지난달 첫 모델로 출시한 소형 전기차 아토3의 가격은 최저 3150만원으로 캐스퍼 일렉트릭(2740만원)과 410만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동급 모델로 꼽히는 코나 일렉트릭(4142만원)보다 1000만원이나 저렴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의 납기가 길어진 것은 수출 물량 증대로 인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시점을 특정할 수 없지만 생산 납기는 다시 짧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