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진출에 업계 전기차 할인 공세···제도 개편도
中 하이브리드 기술 갖춘 S90·그랑 콜레오스 호응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시장은 국산 텃밭”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BYD 코리아의 국내 출범 후 기업별 전기차(BEV) 가격 인하 릴레이가 이어진 가운데, 중국 기술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영향 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 현재 국내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가를 인하하거나 할인 혜택을 도입해 판매촉진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는 이날 아이오닉5(300만원)나 EV6(150만원) 같은 주요 모델의 가격을 수백만원 할인한 가격에 판매 개시했다. KG모빌리티(KGM)도 토레스 EVX 고객에게 75만원 할인 혜택을 지원한다.
볼보, 지프, 푸조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도 판매가를 인하하거나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전기 승용차에 대한 국고 구매 보조금이 작년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판매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마련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공세 배경엔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도 일부 작용했단 분석이다. BYD 코리아는 지난달 전기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소형 전기차 아토3를 공개했다. 아토3는 보조금 수령시 2000여만원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는 모델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BYD 코리아는 지난달 16일 아토3 사전계약을 접수 개시한 후 일주일 만에 1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생 브랜드의 첫 모델인 한편 국내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강한 중국 차량인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수요다. 아토3는 동등한 제원을 갖춘 기아 니로EV가 보조금 수령시 4000만원 안팎 가격으로 판매되는데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단 분석이다.
정부는 중국 전기차 특징으로 꼽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작년부터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사실상 중국 자본에 대항하는 모양새다. 전기차 확산 관건으로 가격이 중시되는 가운데, 강력한 가성비를 갖춘 중국차가 국내 메기효과를 일으키고 업계로부터 견제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BYD코리아가 아직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시장에 영향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서 테슬라의 한국 진출에 따른 기존 업체들의 대응 방식이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젠 중국 업체에 대한 대응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 볼보·르노, 中 하이브리드 기술로 국내 선전
중국 자동차 산업이 최근 국내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8년 6월부터 중국 다칭 공장에서 제작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세단 S90를 판매했다. 기존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 생산 모델 대비 600만원이나 인하한 가격에 내놓은 후 소비자들에게 수개월 출고 대기 기간을 제시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르노 코리아가 지난해 9월 출고 개시한 중형 하이브리드차 그랑 콜레오스는 모그룹 르노와 파트너사 중국 길리(Geely)가 공동 개발한 기술을 갖췄다. 해당 시스템은 길리의 중국 출시 모델 싱유에 L에 탑재된 시스템을 개조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까지 국내 누적 2만4074대 판매돼 르노 코리아 내수 실적 과반을 차지하는 등 선전 중이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 동력원 2종으로 판매되는 그랑 콜레오스 10대 중 9대가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KGM도 이번 상반기 출시할 중형차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BYD와 공동 개발했다. 양사 연구진은 앞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이를 처음 적용한 KGM 모델로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소개했다. KGM은 BYD와 손잡고 부품 수급, 기술 공유 등 협력을 지속하고 중장기 과제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개발하는 등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BYD 코리아도 올해 전기차 3종을 잇달아 출시하는 한편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검토 중이다. BYD는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글로벌 249만대 판매하는 등 하이브리드차 시장 선두 입지를 다졌다. 그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과 기술이 확산된 것과 같은 양상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이어질 공산이 엿보인단 관측이다.
◇ “하이브리드차는 국산차 텃밭, PHEV는 출시 시기상조”
업계 일각에선 중국 업체나 기술이 국내 전기차 시장만큼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란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활발히 판매되는 일반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 기아 등 국산차 업체의 입지가 공고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반 하이브리드차는 외부 충전 없이 내부 발전 시스템을 통해 엔진 효율을 높이는 차종이다.
앞서 S90, 그랑 콜레오스가 출시했지만 현대차, 기아는 하이브리드차의 가격 인하나 할인 공세를 강화하지 않았다. 쏘렌토, 스포티지, 싼타페 등 주요 모델별 하이브리드 버전은 브랜드별 판매 상위 모델에 오르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차엔 신차 가격 인하를 유도할 제도적 유인책이 없어 중국 자본과 시너지를 일으킬 여지가 없단 분석이다. 현대차, 기아 하이브리드차 입지가 공고한 내수 시장에서 BYD가 하이브리드차 상품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YD가 추후 해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PHEV 모델을 한국에 출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PHEV는 국내 수요가 적고 보조금 혜택도 없는 차종이기 때문에 출시되려면 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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