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하이브리드 SUV, 제원·가격 직접 경쟁할 모델 없어
소수 수입 브랜드 인기·고객층 양극화 극복이 관건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3일 서울 성동구 캔디 성수에서 푸조 준중형 하이브리드 SUV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이하 3008 하이브리드)의 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3일 서울 성동구 캔디 성수에서 푸조 준중형 하이브리드 SUV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이하 3008 하이브리드)의 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Peugeot)가 치열한 수입차 시장 경쟁 속에서 브랜드 고유 차별점을 강조한 신차 전략으로 반등을 노린다. 수입차 수요가 소수 브랜드에 치우친 가운데, 틈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 확보가 관건이다.

3일 푸조 브랜드를 국내 운영하는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서울 성동구 소재 다목적 시설 캔디 성수에서 신차 공개 행사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프리미어’를 개최했다.

방실 대표, 김진환 프로덕트 매니저 등 스텔란티스 코리아 관계자들이 참석해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이하 3008 하이브리드)의 제원, 사양 구성, 가격 등 세부 정보를 소개했다.

3008 하이브리드의 측면부. / 사진=최동훈 기자
3008 하이브리드의 측면부. / 사진=최동훈 기자

◇ 이전 세대 대비 커져, ‘코나’보다 크고 ‘GLB’ 보다 작아

이날 3세대 완전변경모델로 출시된 3008 하이브리드는 스텔란티스의 신규 자동차 플랫폼 ‘STLA 미디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첫 모델이다. 전기차 모델에 적용 가능한 STLA 미디엄 플랫폼 위에 제작된 3008 하이브리드의 부위별 규격은 전장 4545㎜, 전폭 1895㎜, 전고 1650㎜, 축거 2730㎜로 이전 모델 대비 커졌다. C~D 세그먼트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에 호환 가능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신차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징도 갖췄다.

3008 하이브리드의 1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3008 하이브리드의 1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3008 하이브리드는 국내 차급, 차종 구분 관행 상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기존 출시된 타사 모델과 구분된다. 현대자동차 코나 하이브리드(전장 4165㎜), 투싼 하이브리드(전장 4640㎜)의 중간 수준을 보인다. 수입차 모델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 GLA, GLB 사이 규모다. 일대일 비교 가능한 모델이 없는 점에서 차별적인 포지션을 갖췄단 평가다.

3008 하이브리드는 앞서 출시된 308 하이브리드, 408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48V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높은 주행 효율을 달성했다. 차량의 공인 복합 연비는 14.6㎞/ℓ고 운행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110g/㎞을 기록해 제2종 저공해차 인증을 획득했다. 모터·엔진 합산 최고출력은 145마력에 달한다.

3008 하이브리드의 2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3008 하이브리드의 2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푸조는 3008 하이브리드에 국내 선호도 높은 사양을 두루 적용했다. 트림 2종 중 상위인 GT 트림에 고급 블랙 나파 가죽, 1열 통풍·마사지 시트, 2열 열선 시트, 공기청정(클린 캐빈) 시스템 등 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됐다. 주행보조 사양으로 차선 이탈 경고, 후방 주차 보조, 후방 카메라 등이 기본 트림 알뤼르에 탑재됐다. GT 트림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교통 표지 인식, 전방 주차 보조, 360도 파노라믹 카메라 등이 제공된다.

푸조는 3008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7년 전 출시한 2세대 디젤 모델과 동일한 액수로 책정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한 트림별 가격은 알뤼르 4425만1000원, GT 4916만3000원이다. 출시가 4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수입 준중형 하이브리드 SUV론 3008 하이브리드가 유일하다. 푸조는 3008 하이브리드의 대당 마진 하락을 감수하고 판매고를 올려 이윤을 창출할 계획이다.

방실 대표는 “3008 하이브리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본사와 수차례 치열하게 논의, 설득하고 간절함을 담은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3008 하이브리드가 푸조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3008 하이브리드의 글로벌 가격을 비교한 표가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3008 하이브리드의 국내 최저가 4425만원은 프랑스 5962만원, 독일 6430만원, 영국 6816만원, 일본 4620만원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최동훈 기자
3008 하이브리드의 글로벌 가격을 비교한 표가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3008 하이브리드의 국내 최저가 4425만원은 프랑스 5962만원, 독일 6430만원, 영국 6816만원, 일본 4620만원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최동훈 기자

◇ 3008 하이브리드 판매 성과가 향후 신차 전략 좌우

푸조는 올해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3008 하이브리드 성과 확보가 절실하다. 푸조의 지난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동기(449대) 대비 21.4% 감소한 449대로 집계됐다. 지난 4월 308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지만 판매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지난달 말 출고 개시된 408 하이브리드의 판매량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푸조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소형 해치백(308), 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408)로 라인업을 차별화했다. 하지만 고객의 구매 결정을 유도할 마케팅 포인트를 찾는데 여전히 분투하는 중이다.

푸조 국내 판매실적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푸조 국내 판매실적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푸조는 과거 경쟁력 있는 신차 1종을 앞세워 전체 실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전례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조는 2014년 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푸조 2008을 국내 출시해 역대 최고 기록 7000대를 달성했다.

당시 SUV보다 세단이 더욱 보편화하고, SUV 중 소형 모델도 적었던 때 푸조 2008이 더욱 주목받았다. 또한 당시 국산차와 비교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가격 2650만원에 차량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같은 시기 출시된 KG모빌리티 티볼리의 최고 트림 시작가가 2220만원이고, 르노코리아 QM3 최고 트림이 2570만원에 판매된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를 갖췄단 평가도 받았다.

8년 전과 달리 브랜드 다양화, 전동화 국면이 심화한 현재 푸조가 ‘똘똘한 신차’ 1종만으로 실적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워졌단 분석이다. 다만 푸조는 3008 하이브리드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인 동시에 상품성, 가격 측면에서 지닌 차별점을 어필해 하반기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조는 3008 하이브리드의 판매 성과를 창출한 후 본사에 브랜드 성장성을 어필해, 기존 출시 차량의 후속 모델을 포함한 신차의 가격 경쟁력도 더욱 개선한단 복안이다.

방실 스텔란티스 코리아 대표가 3008 하이브리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방실 스텔란티스 코리아 대표가 3008 하이브리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 가격 경쟁력·고급감 겸비한 브랜드 지향 “獨 업체와 어깨 견줄 것”

푸조는 장기적으로 BMW,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프랑스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지닌 대중 브랜드의 강점을 한국에 최적화시킨단 전략이다. 프랑스자동차제조협회(CCFA)에 따르면 푸조는 지난 상반기 프랑스에서 승용차 12만3636대를 판매해 르노(15만2846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푸조는 현지에서 D 세그먼트(중형급) 이하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디젤차를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차급에 속하는 승용차는 판매하지 않는다. 푸조는 대부분 신차를 프랑스에서 생산하고 있어 한국 수출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3008 하이브리드 판매 성과를 계기로 향후 푸조 차량 고유의 디자인, 효율성, 상품성(사양 구성, 주행성능 등)을 타사 대비 공격적인 가격에 들여오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실적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라인업을 더욱 폭넓게 구성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독일차 업체 등 기존 국내 수입차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시장 포지션을 점유한단 구상이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관계자는 “푸조는 본거지인 프랑스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인 예술, 혁명을 (마케팅에) 활용해 브랜드 감성을 차별화하고 인지도도 높이려 한다”며 “국산차와 인기 있는 고급 수입차 외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고객들을 겨냥해 범용적이면서도 고급 감성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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