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유럽서 경쟁력 인정받아···일반차와 기술 공유
전체실적 성과 확대···신차 기대감도 높일 수 있어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브랜드 첫 고성능 전기차(BEV) ‘아이오닉 5 N’을 출시한 후 1년 만에 판매량을 5배 넘게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일반 모델과 기술을 공유하는 고성능 모델의 기술력을 시장에 증명해 전체 전기차 수요 확대를 노린단 전략이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 5 N은 지난해 9월 출시 후 지난달까지 1년 2개월 간 국내외에서765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9~12월 1250대 판매된 데 이어 올해 11개월간 5.1배 증가한 6400대가 판매했다. 올해 국내 318대, 해외(수출 기준) 6082대로 해외 판매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을 울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 순차 출시했다.
아이오닉 5 N은 아이오닉 5 일반 모델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아이오닉 5와 구분되는 점은 모터, 배터리 온도 관리, 주행 성능 등 측면에서 고성능 전용 사양이 장착된 점이다. 고성능 사양과 일반 사양이 혼합된 아이오닉 5 N은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일반 전기차와 동등한 일상 주행 경험을 제공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단 평가다.
하지만 아이오닉 5 N은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 현대차 전체 판매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적용한 아이오닉 5 N 시작가가 7700만원으로 아이오닉 5(4700만원)보다 3000만원 더 비싸다. 아이오닉 5 N의 올해 국내 판매량은 현대차 전체 승용 전기차 판매실적(2만8755대, 제네시스 실적 제외)의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기차 전체 수출 실적 11만5780대 중에서도 5.3% 비중에 그쳤다.
◇ 현대차 “아이오닉 5 N이 상 받으면 브랜드 위상 제고”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으로 전기차 판매 실적 확대보다 전동화 경쟁력 홍보를 노리고 있단 분석이다. 아이오닉 5 N을 접한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의 전동화 분야 첨단 기술 뿐 아니라, 일반 전기차와 공유하는 장점들을 인지시키는 중이다.
아이오닉 5 N으로 각국에서 거둔 자동차 전문지 비교 평가 결과, 올해의 차 수상 실적을 적극 알리는 것이 홍보 전략의 일환이다. 아이오닉 5 N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 시상식 ‘2025 중국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올해의 고성능차’에 선정됐다. 총점 211점을 받아 벤츠 AMG C63 S E 퍼포먼스(142점), 링크앤코 03++(127점) 등 경쟁 모델을 크게 앞섰다.
현대차 중국 사업이 2017년 이후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란 평가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 성과를 계기로 브랜드 위상을 회복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인용일 현대차 중국N사업실장(상무)은 “중국에서 아이오닉 5 N을 통해 현대차의 고성능 전동화 기술력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며 “현대차 입지를 강화하고 N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 뿐 아니라 미국(카앤드라이버 올해의 차,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 시스템), 영국(월드카 어워즈, 톱기어 올해의 차 등)에서 아이오닉 5 N으로 상 받았다. 수상실적이 전차 전기차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3분기 미국에서 전기차 4만3627대를 판매해 테슬라(47만1374대), 포드(6만7689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1~11월 내연기관차 포함 8만6710대를 판매해 9위에 올랐다. 이중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차량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5년 후 전기차 8→21종 확대 “기술력 어필해 신차 신뢰 확보”
현대차가 2030년 전기차 글로벌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은 가운데 기존 마케팅 성과로 향후 출시할 신차의 신뢰도를 조기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 고성능 N 모델 포함 8종인 승용 전기차를 2030년까지 21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차 출시되는 라인업엔 제네시스 고성능 마그마(Magma) 등 신규 브랜드도 포함된 상황이다.
전기차 뿐 아니라 엔진으로 발전하는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6년 말 북미, 중국에서 양산해 2027년 출고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신규 전기차를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져놓는 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수년간 이어질 거란 전망 속에서, 전기차 기술력을 꾸준히 어필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CEO, 사장)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전기, 내연기관 양산차를 기반으로 경주차를 만들고 있고 모터스포츠에서 선전하는 것은 고객 차 내구성을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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