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9만 100% 적용될 듯···공급망 단기 재편 어려워
트럼프가 혜택 없애도 공급망 재편 지속···“유연하게 대응”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미국 규제에 발맞춰 전기차(BEV) 현지 생산에 착수했지만, 제도 요구사항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차량별 세제혜택이 달리 적용된 가운데, 양사는 긴 호흡을 갖고 미국 내 전동화 전략을 유연히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2일 현대차, 기아에 따르면 현재 아이오닉5, 아이오닉9, EV6, EV9, GV70 전동화 모델 등 5종이 양사 공장에서 만들고 있거나 양산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현재 앨라배마주(洲)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를 각각 양산 중이다. 아이오닉9도 현재 진행 중인 시험 양산을 거쳐 내년 1분기 본격 출고될 예정이다. 기아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EV6, EV9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시행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고려한 결정이다. IRA는 미국 내 고물가 현상(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현지 생산 촉진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미국 소비자들은 IRA에 담긴 차량 생산 관련 조항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해야 최고 7500달러(약 105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액 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전기차는 배터리 핵심광물 원산지 비율, 북미산 배터리 부품 조달 비율, 자동차 현지 최종 조립 등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이중 하나를 충족하지 못하면 세액공제 액수가 절반(3750달러)으로 줄거나 전면 삭감된다.
◇ 기아 “세제혜택 시작은 절반, 100% 추진 중”
현대차, 기아가 IRA에 대응해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준비해 왔지만 차종마다 달성한 IRA 요구 기준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 발표 자료와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차량별 세액 공제 액수는 아이오닉9 7500달러, 아이오닉5·EV9 3750달러로 추정된다. EV6,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세제혜택 적용 여부에 관해선 알려진 바 없다.
아이오닉9는 현대차, 기아의 미국 생산 전기차 중 처음 세제혜택 전액을 적용받는 모델로 기록될 전망이다.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9는 현대차 전기차 기술력을 과시할 플래그십 모델일 뿐 아니라, 미국 인기 차종인 대형 SUV로서 판매실적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아이오닉9 판매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최대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IRA 시행 이후 아이오닉9을 출시하기까지 제도 충족을 위한 공급망을 구성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아이오닉9과 달리 세제 혜택을 절반 규모로 적용받는 모델은 이미 한국에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망을 재구성할 여력이 모자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비교적 값비싼 대형 SUV 모델 EV9의 세제혜택을 전액 확보하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점을 고려해 생산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공급망 재편을 통한 세제혜택 전액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성국 기아 IR담당(상무)은 지난 10월 25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배터리 수급에 따라 (세액공제를) 우선 절반만 받고 시일 내 전액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반면 판매실적에 덜 구애받고 마니아 수요가 높은 고성능 전기차를 모두 한국에서 수출, 판매할 예정이다.
◇ “美는 가장 중요한 시장”···공급망 재편 노력 이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구매 세제혜택 폐지를 공언했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중심 전기차 공급망 재편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의 자동차 산업 정책에 담긴 ‘미국 내 생산 촉진’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전동화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는 21일(현지시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4 LA 오토쇼’에 참석해 “HMGMA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시기 설립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 법이나 인센티브 때문에 건설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은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고 전동화 전략을 길게 가져가며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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