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3.4초 아이오닉5 N, ‘가성비 슈퍼카’로 이름 알려
제네시스, 레이싱 차량 공개하며 내구 레이싱 참가 의지 밝혀
고성능차 확대 통해 브랜드 위상 올라···수익성 향상까지 이어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레이싱카 영역까지 발을 넓히며 고성능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가 짙었지만,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부터 레이싱을 포함한 고성능차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고성능·고급화 시장까지 진출하는 전략을 꾀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 N TA는 지난 2월 일본에서 열린 ‘어택 츠쿠바 2025’ 레이싱카&슬릭타이어 클래스 부문에서 전기차 신기록을 달성했다.
아이오닉5 N TA는 아이오닉5 N 차체와 모터와 배터리 등을 유지한 채 레이스에 필요한 최소한의 변경만 한 차량이다.
해당 차량은 57초446 랩 타임을 기록하며 작년 테슬라 모델 S플레이드가 기록한 59초598 대비 2초 이상 단축했다.
아이오닉5 N은 작년 열린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고성능차’를 수상했으며, 올해에는 ‘중국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올해의 고성능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하며 여러 모델을 내놓았다. N 브랜드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해외에선 아이오닉5 N이 나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싱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아이오닉5 N은 N 브랜드 최초 고성능 전기차이며, 현대차그룹의 첨단 전동화 기술을 집약해 주행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후륜 모터 합산 478kW(65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770Nm(78.5㎏·m)의 힘을 발휘하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4초로 기존 슈퍼카 못지 않은 성능을 갖췄다.
이에 해외에선 아이오닉5 N은 ‘가성비 슈퍼카’로 불리며 고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슈퍼카 가격은 수억원대에 육박하는데 비해 아이오닉5 N은 국내 기준 770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라, 고성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국내에선 아반떼 N도 ‘가성비 고성능차’로 이름을 알리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아반떼 N 판매량은 500대가 넘는다.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도 GT 라인업을 통해 고성능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특히 제네시스는 최근 레이싱 차량 ‘GMR-001 하이퍼카’ 실차 디자인 모델과 레이싱 슈트 디자인을 선보이며 내구 레이싱 참가에 대한 브랜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레이싱서 기술력 뽐내며 브랜드 이미지 한단계 Up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N 브랜드를 포함한 고성능 시장 공략이 본격화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14년 고성능차 개발 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고성능차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고성능 사업부를 신설하고, BMW 고성능 브랜드 ‘M’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슈퍼카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각종 세계 레이싱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현대차그룹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레이싱과 고성능차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 차량 판매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시대에선 후발주자로 출발해, 다른 브랜드 대비 인지도나 명성이 낮아 대중차 시장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수십년간 쌓아온 독일, 미국, 일본 등 기존 브랜드 아성을 무너뜨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모든 브랜드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게 되면서, 현대차그룹도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관련 적극적으로 선제 투자에 나서면서 전세계적으로 이미 고평가를 받고 있으며, 고성능차도 확대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및 평판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 이미지 상승은 곧 고급·고성능 라인업 확대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게 돼, 수익성 향상으로도 직결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이제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어 브랜드 위상이 올라갈수록 판매량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