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투데이 온·오프라인으로 나물 시장 확대
K비건 트렌드 따라 나물 글로벌 현지화 목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나물은 우리나라 전통 식품으로서 세계적으로 비건 시장에서 인정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선나물 구독서비스 ‘나물투데이’를 운영하는 농업기술 스타트업 엔티(NT)의 사업 핵심은 나물이다. 엔티는 나물투데이 자사몰을 비롯해 백화점으로 넓혀 데친나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로서 소비자들의 나물 활용 과정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엔티는 나물 재배부터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꿈꾸며 최종적으로는 ‘나물 글로벌화’하는 것이 목표다.

서재호 대표는 2017년 엔티를 설립해 나물투데이를 이끌고 있다. 나물투데이는 100여가지 나물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물투데이 누적 투자금만 11억원, 매출은 2018년 10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56억원으로 5년 만에 5배 성장을 일궜다.

나물투데이 기업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나물투데이 기업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부모님 영향받은 ‘나물 사업’, 온라인으로 확대

엔티가 설립하게된 배경에는 서 대표 부모님 영향이 크다. 서 대표는 동업자 3명과 함께 2013년 경기도 광명시장에서 나물 유통업을 하던 부모님 가업 영향을 받아 나물로 사업 아이템을 잡았다. 그는 대학생때부터 창업을 도전했다. 과거 창업 과정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잘할 수 있고, 한명이라도 만족할 만한 사업을 하자’는 생각에서 엔티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서 대표가 도전했던 창업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것에 있다. 그는 “‘나물투데이는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이 나물을 쉽고 친근하게 인식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고, 나물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번거로운 조리 과정, 원재료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나물을 접하기 어려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다”면서 “데치는 과정이 번거로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자 데친 나물을 판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물투데이의 나물은 횡성, 영월, 충주 등에서 생산된다.

나물투데이는 소비자가 주문하면 전국에 있는 농가에서 100여종의 나물을 받아 공장에서 손수 데쳐 배송한다. 나물무침은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없어 주문 이후 배송 완료까지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나물투데이는 현재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35개정도에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3040대 아이가 있는 주부들, 오프라인은 4050대가 주고객층이다. 나물투데이는 매달 온·오프라인에서 7억5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 대표는 “데친나물 위주로 판매하고 있고 나물투데이는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반조리된 상품을 받는 구조로, 한번 이용하면 재구매율이 높다”면서 “백화점에서는 직원들이 제철나물을 소개해주고 시즌별로 30여개 종류를 판매한다. 10월 기준 파래나물, 톳 등이 판매되고 겨울에는 유채, 달래, 냉이 등으로 바뀐다”고 했다.

◇나물 생산, 임업 활성화를 지향하는 나물투데이

9년째 엔티를 운영하는 서 대표의 고민은 크게 ‘인식 변화’에서 ‘생산 고민’으로 바뀌었다. 엔티가 나물투데이를 시작하던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의류로 시작됐다. 당시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생소하던 때였다. 나물로 온·오프라인 사업을 키우기 위해 그는 “선두주자로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과제였다”고 밝혔다.

서재호 엔티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서재호 엔티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현재 서 대표의 고민은 나물의 생산이다. 그는 “소비자의 재구매, 판매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나물이 생산되는 곳은 예전과 동일하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도 공급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노동력은 줄지만 기술 성장으로 매년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처리(나물 세척과 자르기)를 기계로 대량 처리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물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하고 있어 생산 시설을 확충하려고 있다”면서 “생산 공간에 비해 인력이 많아 공장 규모, 자동화 시설을 늘려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나물투데이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나물 종자부터 재배,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단계를 관여하는 것이 목표다. 나물투데이는 휴임야를 활용한 ‘나물 공유농장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 등이 놀고 있는 임야를 제공하고 귀농인과 소작농이 땅에서 나물을 키우고, 나물투데이가 판매·유통을 맡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SK임업은 충주에 약 1만평의 토지를 무상 제공한 상태다.

엔티는 공유농장 부지 66만㎡를 확보한 상태다. 공유농장을 고도화하면서 스마트팜 시스템 도입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나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잡초를 솎아내는 것이다. 잡초와 나물을 구분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이 안착되면 농가에 공유농장을 임대해 위탁생산을 맡길 계획이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3분의2가량이 임야지만, 논밭 중심의 농업 구조가 고착화돼 나물 같은 임산물 생산은 매년 줄고 있다”면서 “임산물 생산은 논밭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좋다. 처음 1~2년만 관리해주면 10년정도 일정한 생산량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공유농장의 경우 3.3㎡당 연평균 1000만원의 매출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시장서 ‘K-비건=나물’ 만드는 것이 목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나물 시장은 2조원에 달한다. 이 중 데친나물은 1조원 정도다. 1인 가구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물 시장도 점차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비건 시장이 크다고 보는데 나물은 비건 시장에서 그만큼 못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해외에서는 나물비빔밥, 김밥 등으로 나물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했다.

특히 엔티는 다양하고 희귀한 품종을 다수 확보해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량으로 구매하는 나물은 농산물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수급하는 반면 엔티는 품질관리를 위해 농가를 직접 발굴해 제품을 공수한다. 또 생나물, 냉동 나물을 공급하는 타사와 달리 축적된 기술을 통해 조리된 나물을 당일배송할 수 있다는 점이 엔티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서 대표는 “직접 농가와 계약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조리된 나물을 신선하게 당일에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이 엔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과거 편의점이 생기기 전에는 동네 슈퍼가 있었다. 지금 나물 시장이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나물투데이와 경쟁할 만한 기업들이 생겨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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