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노쉬로 시작한 이그니스, 네슬레 같은 기업이 목표
2025년 상반기 상장 목표···미국·일본 중심 해외 진출 고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네슬레, P&G(피앤지)처럼 수많은 브랜드로 수십년간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단백질 간편식 ‘랩노쉬(Labnosh)’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아시아 최고 푸드 디벨로퍼(매출 300억원대의 브랜드를 3개 이상 보유)를 꿈꾸고 있다. 국내 기능성 식음료를 선도하는 이그니스는 독일 기업 ‘엑솔루션(Xolution)’ 인수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같은 성장 속도라면, 이그니스가 빠른 시일내 목표 달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그니스 사업 개요 및 박찬호 대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그니스 사업 개요 및 박찬호 대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그니스는 2015년 국내 최초 기능성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를 시작으로 닭가슴살 브랜드 한끼통살, 그로서리서울 등을 차례로 론칭했다. 지난해는 국내 최초 알루미늄 캔과 개폐형 마개를 적용한 캔워터 브랜드 ‘클룹(CLOOP)’으로 유통업계 이목을 끌었다. 시사저널e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그니스 본사에서 박찬호 대표를 만났다.

미국의 RTD(Ready To Drink) 업체의 ‘소이렌트(Soylent)’를 롤모델로 삼아 시작한 이그니스는 첫 시작 매출 800만원에서 지난해 502억원으로 빠른 속도를 매출을 올렸다. 소이렌트는 식사 시간이 부족한 미국 실리콘밸리 프로그래머들이 찾는 식사 대용 RTD다.

이그니스 설립 후 랩노쉬 론칭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공동 창업자인 윤세영 이사는 대우건설, 저는 대우인터내셔널 전략사업팀에 재직했던 이력이 있다. 그 팀은 신사업을 개발하던 팀으로, 신사업을 기획하고 투자 심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신사업을 기획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밸리의 소이렌트라는 아이템을 알게 됐다. 제품 하나에 모든 영양소를 넣은 콘셉트가 소이렌트다.

당시 윤 이사와 저는 소이렌트를 보며 ‘한국도 이런 시장이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무작정 ‘식품은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창업을 시작했던 터라 처음의 랩노쉬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800만원정도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으나 랩노쉬 시행착오도 많았다. 와디즈에 랩노쉬를 선보였을 때 500칼로리의 모든 영양소를 다 넣었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후 탄생한 제품이 지금의 랩노쉬다.

소이렌트와 랩노쉬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콘셉트가 다르다. 랩노쉬는 분말에서 액상, 푸드바, 쿠키형태 등으로 확장해 나갔다. 채널도 올리브영, 편의점, 자사몰, 이커머스(쿠팡, 컬리) 등으로 넓혔다. 처음 랩노쉬는 식사 대체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지금은 기능성, 체중조절이나 한끼정도의 식사로 대체 가능한 콘셉트로 바뀌었다.

올리브영에서 판매하고 있는 랩노쉬. / 사진=한다원 기자
올리브영에서 판매하고 있는 랩노쉬. / 사진=한다원 기자

단백질 음료 시장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나

처음에는 단백질 기반 음료가 국내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편의점 기준 셀렉스(매일유업), 닥터유(오리온), 랩노쉬 등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랩노쉬를 첫 론칭했던 때는 중소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단백질, 기능성 음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현재 이그니스는 간편식 브랜드만 4개다

랩노쉬, 그로서리서울(간편식), 한끼통살(닭가슴살), 클룹(음료) 등이다. 랩노쉬 론칭 후 3년간 성장세가 가팔랐다가 정체기를 맞았다. 이그니스가 생존하고자 돌파구로 도전한 것이 그로서리서울이다. 간편식은 대기업과 경쟁해야한다. 그래서 곤약을 콘셉트로 잡았다. 지금도 그로서리서울의 곤약밥은 컬리에서 1위지만 CJ제일제당(햇반, 귀리흑미곤약밥)과 콘셉트가 겹친다.

이후 닭가슴살 시장이 커짐에 따라 한끼통살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100원만 비싸도 브랜드를 옮긴다. 그래서 닭가슴살의 육질을 부드럽게하고 소스를 넣어 차별화를 뒀다. 현재 한끼통살 재구매율은 70%다. 바르닭, 허닭, 아임닭 등과 어깨를 나란히한다.

이그니스 클룹의 캔 따개. / 사진=한다원 기자
이그니스 클룹의 캔 따개. / 사진=한다원 기자

이그니스의 가장 최근 브랜드는 클룹이다. 미국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들은 다 캔워터를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레퍼런스를 찾던 중 독일의 알루미늄 캔 재밀봉 마개 제조 전문 기업 ‘엑솔루션’을 인수하게 됐다. 현재 국내 음료시장은 롯데칠성음료와 LG생활건강이 이끌고 있다. 캔의 근원적인 불편함인 캔 따개를 개선하고자 만든 것이 클룹이다.

푸드테크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일단 스타트업 업계에서 푸드테크 범위가 많이 커졌다. 식품 브랜드사를 운영하면서 성장성, 수익성 모두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현재 거의 없다. 식품에서 뷰티나 패션으로까지 발을 뻗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그니스는 지난해 500억원대 매출을 냈고, 안정적인 채널 브랜드와 포트폴리오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엑솔루션이 이그니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줬다. 엑솔루션은 팹시콜라와 같은 탄산이 중요한 맥주, 탄산음료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독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그니스가 대기업 대형사에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어필되고 있다고 본다.

랩노쉬 개발 과정, 이그니스 창업의 어려웠던 점은

저는 준비 과정이나 식품 이해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시행착오가 많았다. 랩노쉬로 시리즈A 투자를 받았던 당시 빨리 이그니스를 상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랩노쉬를 인기 브랜드로 성장시키고자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모델을 기용하는 등 나름 강력한 마케팅을 했다.

투자받은 70억원을 3개월 만에 40억원 사용했다. 무리를 뒀지만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는데, 이게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흔히 하는 실수다.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수가 나온다. 당시 내부에서 팀원들과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그로서리서울과 한끼통살을 잇따라 출시하며 다시 성장을 일궜다. 현재 이그니스에서 그로서리서울과 한끼통살은 캐시카우를 바라는 브랜드고, 랩노쉬와 클룹은 전략 브랜드다.

이그니스 본사에 전시돼 있는 캔 음료들. / 사진=한다원 기자
이그니스 본사에 전시돼 있는 캔 음료들. / 사진=한다원 기자

이그니스의 다양한 연령층 확보를 위한 고민도 있을텐데

셀렉스는 4050대 홈쇼핑을 위주로, 닥터유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그니스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한다. 단백질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저희가 랩노쉬를 처음에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해서 연령층 확대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시장이 커지고 있어 2030대만 잘 잡아도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2030대에서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그리고 10대까지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랩노쉬를 현재 다이어트식, 한끼 식사 대체용에서 노인식, 환자식 등으로 확대시킬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아식, 펫푸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인데, 어떻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인지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K간편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일본에서 가장 큰 플라자와 콜라보해서 랩노쉬 론칭을 협의했다. 미국은 연간 400억캔을 사용할 정도로 캔 음료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클룹은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자체가 시장이 크고, 미국에서 만든 브랜드가 세계를 장악하기 때문에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내와 동일한 마케팅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미국 로컬을 타깃으로 재디자인해 공략할 생각도 있다.

신사업이나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간편식이 있다면

연내 건강기능식품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 일명 ‘닥터랩노쉬’로 건기식 분야를 기획,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카테고리를 넓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025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그니스의 목표는

2025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다. 10월 중에 주관사를 선정할 것 같다. 조달한 자금으로는 지금과 똑같이 브랜드를 확장하고 엑솔루션 뚜껑 설비를 확장하는 것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그니스의 브랜드들은 대기업과 경쟁도 치열하고, 트렌드 역시 빨리 바뀐다.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것은 브랜드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발전시켜서 소비자들에게 계속 인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슬레와 같은 오랜 기간 여러 브랜드로 기업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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