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드라이기로 해외 시장 공략
이르면 내년 2월 한국서 판매 시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퍼즈(PAUZ)는 바쁜 일상, 두 손을 편하게 머리카락을 말리게 하는 스탠딩 헤어드라이기를 핵심 아이템으로 삼았다. 퍼즈의 스탠딩 드라이기는 반려동물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는 퍼즈는 앞으로 한국형 샤오미로서 가전제품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다.

나는솔로 16기 돌싱특집서 광수로 화제를 모은 정일대 대표는 2018년부터 사업 구상을 시작해 2020년 본격 퍼즈를 시작했다. 퍼즈는 지난해 와디즈 펀딩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했고, 일본을 중심으로 헤어드라이기 사업을 알렸다.

시사저널e가 정일대 대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가 정일대 대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정 대표는 대학생 때 경영수업을 들으며 미국의 컨설팅 회사 아이디이오(IDEO) 업무 영상을 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에는 LG서 스마트폰 하드웨어 엔지니어로서 업무를 했다. 2019년부터 정 대표는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 2020년 예비창업패키지에 최우수로 선정되며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시사저널e는 지난달 20일 창동 스타트업 허브센터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브랜드명 ‘퍼즈’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퍼즈는 독일어 ‘파우제(휴식, 쉼)’에서 따온 이름이다. 시중에 소형 가전제품들이 많은데 대부분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헤어드라이기는 사용자가 들고 쓸 수 있도록 손잡이가 있다. 디자인적으로는 최초의 헤어드라이기와 다를 바 없다. 즉 디자인이 심미적으로 높지 않다. 사용자들이 익숙해져서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만든 것이 퍼즈의 스탠딩 드라이기다. 특히 머리가 긴 여성들은 오랜시간 드라이기를 사용한다. 꼭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워놓고 사용하도록, 머리 말리면서 잠시 휴식을 주자 하는 생각이었다.

헤어드라이기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

처음에는 헤어드라이기를 타깃하지 않았다. LG서 퇴사하고 해외여행을 가게 됐다. 당시에는 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고자 했다. LG서 스마트폰 하드웨어 업무를 했기 때문에 앱 개발과는 거리가 있었다. 앱 관련 공부를 했지만 투자로까지 이어지기는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쉽고 빠르게,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드라이기를 떠올리게 됐다.

어느 여름날 머리를 말리는데 습하고 기온이 높아 머리가 잘 마르지 않았다. 머리가 긴 여성들은 머리 말리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만 안 써도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조명 스탠드 형식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기중에 판매하는 헤어드라이기를 직접 분해해보니 기능이 단순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헤어드라이기 의견을 물었고 상품성이 분명 있다고 판단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 와디즈 펀딩을 통해 첫 퍼즈 스탠딩 드라이기를 알리게 됐다.

퍼즈의 스탠딩 드라이기. / 사진=한다원 기자
퍼즈의 스탠딩 드라이기. / 사진=한다원 기자

제품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애로사항은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물론 회사 규모도 작지만 외주를 통해 디자인을 설계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퍼즈 스탠딩 드라이기 디자인은 체스 말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샌드위치, 쿠키 등 여러 형태의 디자인이 거론됐지만 세워놓고 쓰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화장대에서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부피를 작게 하기 위해 체스 말 형태로 디자인했다.

일반 헤어드라이기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전등도 협탁형, 스탠드형이 있든 퍼즈도 스탠드형과 플로어(Floor)형태(바닥에 두고 서서 사용할 수 있는) 등 두 가지로 검증했다. 실제 편한 것은 플로어 형태다. 그럼에도 스탠드형으로 한 이유는 부피가 작아서 개발하기 쉽고, 유통하기도 편해서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드라이기를 들고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습관적으로 드라이기를 들고 쓰면 퍼즈의 의도와 달라진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서서 사용하고 싶다며 ‘벽걸이’ 형태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들도, 반려동물도 사용할 수 있게 벽에 걸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다이슨과 동일한 모터를 사용해 온도도 3개 단계(38도~42도)로 설정했다.

지금까지 퍼즈 스탠딩 드라이기 판매량은

와디즈 펀딩은 예상(1억개)대비 4000~5000개정도 판매됐다.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았지만 퍼즈 제품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봤다. 와디즈에 스탠딩 드라이기를 선보이고 일본 60여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 퍼즈는 수출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수출을 통해 해외서 제품을 인정받고 한국서 사업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한국은 이르면 내년 2월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를 고려하면 수출이 더 이득인 면이 많다. 올해 4월부터 본격 수출을 시작해 4000개정도 판매됐고, 12월부터는 일본 홈쇼핑과 협약을 맺어 최소 1만대 판매될 예정이다. 매출은 올해까지 일본에서 3억원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있던데

일본에서 2만9800엔(약 26만원)에 판매된다. 일본에서도 고가에 속한다. 제품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여서 가격 설정이 어려웠다. 와디즈에서는 14만8000원에 판매했다. 지금 오픈마켓에서 직구 형식으로 판매되고는 있지만, 퍼즈가 직접 유통하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시장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5만~10만원대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하는 반면, 일본은 10만~15만원대로 한국보다는 고가 제품을 사용한다. 지금은 제품을 알리는 시기지만 제품 가격은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조 원가를 낮춰 10만원대 판매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드라이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기자가 직접 드라이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요새 다이슨 AS가 논란인데, 퍼즈의 AS는 어떤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라고 해서 제품을 분해하면 똑같이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요새 제품들이 대부분 분해와 역조립이 어렵게 구성돼 있다. 고장나면 파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이슨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완전히 파기하지 않고 AS가 가능하기는 한데 조립 구조가 어려워서 비용이 많이 든다. 퍼즈는 1년 이내(무상 기간)에는 AS를 해주고 있고, 1년이 지나면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부담할 경우 새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 박람회도 참가했는데, 해외에서 반응은

퍼즈 스탠딩 드라이어는 지난해 대한민국 굿디자인어워드 수상을 했고, 올해 3월 ‘red dot 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또 iF 디자인 어워드,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 우수상표·디자인권전서 수상했다.

사실 처음에는 일본에서 3만2800엔(약 29만원)으로 퍼즈 스탠딩 드라이기를 판매했다. 3만엔이 넘어가니 일본에서도 “이럴바엔 다이슨(약 55만원) 사지”라는 의견이 많았다. 일본에서도 고가라는 인식이 강해서 이익을 줄이고 인지도를 높이자는 생각에 가격을 낮췄다. 처음에는 스탠딩 드라이기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지만, 사용하다보면 드라이기를 들고 사용하는 것이 어색해진다. 일본 도쿄에서 소비자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현재 일본 호텔에 납품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나뮤르를 통해 드라이기 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나뮤르 캡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나뮤르를 통해 드라이기 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나뮤르 캡처

퍼즈에 추가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컬러(흰색, 검은색)도 촉감(벨벳 느낌)도 그대로 가져가면서 소비자들에게 일반 드라이기와 다르다는 신뢰를 주고자 한다. 드라이기 외에 멀티탭을 기획하고 있다. 얽혀있는 선을 가리면서 깔끔한 디자인의 멀티탭을 기획하고 있다.

드라이기말고 재밌는 사업도 같이 하고 있다. 브랜드명은 나뮤르(nammur)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키링, 고스톱, 필름카메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로 아직 제품 개수가 많지 않지만 본격 브랜드를 키워보고자 한다.

앞으로 퍼즈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 있는 전자제품, 가전으로 한정하면 삼성, 엘지를 제외하면 두드러지는 기업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브랜드 샤오미가 디자인이 심플해서 좋아한다. 중국은 새로운 포지셔닝을 갖고자 하는 창업가들이 많아서 제품도 브랜드도 수없이 쏟아진다. 반면 한국은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즉 인지도를 가져가면서 장수하는 브랜드가 없다. 퍼즈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가전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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