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전용 영양제, 의약품 연구
글로벌 NO,1 CDMO 기업되는 것이 목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늘 건강하고, 오래 함께 살길 바란다.”

의사들이 창업한 그라스메디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공중보건의로 일했던 최진식 대표와 한의사 서영준 부대표는 복역 당시 길고양이를 치료하던 중 그라스메디 창업을 결심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현재, 그라스메디 대표는 의학 지식을 반영해 반려동물에게 가장 효과 좋은 약과 건강기능성 사료, 영양제를 만드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그라스메디는 크게 자유펫과 수플담을 사업화하고 있다. 자유펫은 고양이·강아지 전용 치약, 칫솔 등을 비롯해 특허 성분을 함유한 연고형 보습제, 비건 소재 미스트, 샴푸 등을 다룬다. 수플담은 전국 팔도 특산물과 약용 한약재로 만든 건강기능성 사료, 영양제 브랜드다. 시사저널e는 지난 20일 그라스메디 사옥서 그라스메디 사업에 대해 인터뷰 했다.

그라스메디 기업 개요.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라스메디 기업 개요.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라스메디, 사명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의사와 한의사는 환자를 보는 철학, 관점이 다르다. 평소 큰 교류가 없지만, 경북 문경에서 복역하며 만났다. 그라스는 한의학 본초강목(천연물 중에서 약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총망라하는 것), 풀(grass)과 메디컬의 메디를 따서 ‘그라스메디’로 사명을 지었다.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덕에 각광받지만 요새는 화학약품으로 신규 생성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트렌드다. 트렌드도 쉽게 바뀐다. 미국만 봐도 균등하게 의약 개발, 발전되고 있다. 인류가 가장 처음 의약품을 사용한 것은 본초강목이라고 해서 풀에서 시작됐다.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껍질 추출, 합성해 약품으로 탄생한 것처럼 제약 과정 기본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의사로서 창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문경에서 복역할 당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다. 저희(최 대표, 서 부대표) 둘 다 고양이를 키운다. 캣 집사로서 당시 주변 고양이들을 돌봤다. 어느날 보니, 길고양이들은 영역다툼이 많아 피부 상처가 많았다. ‘상처난 고양이 피부에 무엇을 발라야 할까’ 고민했지만 사람 약뿐이였다. 보건소에 있던 마데카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줬다. 시간이 흘러 상처가 낫기는 했지만 농도가 사람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몇 그램을 발라야 할지, 용량 등 기준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논문을 찾고, 배합할 수 있는 저울 등을 구매해 피부질환 쪽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만들어봤다. 처음에는 마케팅도 디자인도 직접 해 재미삼아 와디즈에 판매했다. 2주 동안 와디즈에서 800만원 매출을 올려 창업 가능성을 봤다.

의사 경험이 그라스메디에 어떤 도움이 되나

일단 의사, 수의사, 한의사가 모였다보니 의사들끼리 임상을 실제 할 수 있다. 진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명 ‘빈 곳’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아이템 발굴을 자주 하다보니, 예를 들어 피부병 있는 고양이에게 발라줄 연고가 없다 하는 문제 인식을 먼저 할 수 있다. 반려동물 쪽은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사람들도 신뢰도있는 정보를 얻기 어렵다. 그라스메디는 ‘제품을 만들면 마케팅은 알아서 된다’는 생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택했다. 재무제표가 좋지 않으면 회사가 오래 못간다고 생각해서, 박람회에 방문한 사람들의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하고, 과도한 광고비 대신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반려동물 영양제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반려동물 건강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반려인들이 주사를 놓기 어렵기 때문에 반려동물 치료는 약을 먹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려인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치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려동물 수명이 15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암 치료에는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암 치료제 시장이 크지 않은 이유다. 그러면 반려동물들을 잘 먹여야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하는데 맛있는 영양제는 반려동물이 좋아한다. 잘 먹기 떄문에 사료 첨가제로서 영양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동물쪽 시장이 어려우면서 재밌는 것이 영양제는 결국 건강기능성 식품, 건강기능 보충제다. 건강기능 보충제, 건강기능식품 라인은 없다. 그냥 동물은 먹이는 약이 사료다. 그래서 사료에서도 단미사료라고 해서 하나의 성분이 들어가 있는 거, 복합 사료 아니면 사료에 첨가하는 사료 첨가제로 나뉜다. 어쨌든 사료다. 그럼 영양제도 사료라고 볼 수 있다. 사료 중에서 좀 더 병원에서 수의사들이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특정 성분들 영양제를 처방할 수 있는 영양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30년 글로벌 동물 제약회사 톱10이 목표다. 현재 캐시카우는

캐시카우는 단연 자유펫과 수플담이다. 자유펫은 의약외품을 다룬다. 샴푸, 미스트, 보습제 등이다. 사람으로 치면 위생용품이다. 수플담은 식약동원이라고 해서 한약재들이 식품이면서 약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먹는 것이 약과 같다는 의미다.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에서만 반려동물 헬스케어 매출 성장률은 500%에 달했다. 올해 그라스메디 매출은 1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부분 미국(아마존), 일본에서 발생한 매출로 현재 대만, 미국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수출 판매와 함께 그라스메디는 의약품 연구, 제형 개발을 같이 하면서 영양제를 만들고 연구 개발하고 있다.

그라스메디 자유펫 제품들. / 사진=그라스메디
그라스메디 자유펫 제품들. / 사진=그라스메디

최종적으로는 반려동물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NO.1 CDMO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의약품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연구도 하지만, 사람쪽은 삼바, 셀트리온이 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현재 성장하는 단계로 의약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바이오텍이 많아지면 위탁생산 수요도 커질 것이다. 그 기반으로 사람은 삼바, 셀트리온이 그라스메디는 동물쪽 CDMO로 기술기반 생산, 공동개발을 꿈꾸고 있다.

국내외 동물 제약회사 상황은 어떤가

연간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5%정도 성장률을 보인다. 2019년 기준 13조5000원을 이미 형성한 시장이다. 그때 기준으로 해도 이미 글로벌 톱5 동물용 의약품 회사들(조에티스, 베링거, 머크 등)은 사람 쪽에 크게 하면서 동물 파트를 하는 제약사들이다. 조에티스의 경우 2018년 기준 전체 매출 8조3000억원 가운데 5조원이 반려동물 약품이 차지했다.

다만 한국만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보통 사람 약품 허가를 받고 동물에 사용한다. 통상 전임상→임상→판매 단계를 거친다. 전임상 단계에서 보통 쥐나 토끼로 실험을 한다. 사람용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동물에 사용하면, 100% 동물을 위한 약으로 볼 수 없다. 사람용으로 개발되면 임상 1·2상 단계까지 도달했다 볼 수 있고 실패했더라도 최소 2000억원정도가 쓰인다. 동물용으로 사용했을 때 블록버스터 약이라고 하는 것이 단일제품으로 5000억원을 넘기기 어렵다. 사람용은 단일제품으로도 5조원을 넘긴다. 쉽게 말해 인풋 대비 아웃풋이 안나온다. 이미 사람용으로 임상 단계까지 몇척억원을 사용했지만 동물에 적용하면 적자인 경우가 많아서,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제약사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을 동물로 지속 개발시키기엔 이미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더 투자해서 반려동물용 약으로 유통시키기까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람과 동물 약, 개발에 있어 차이점은

보통 사람 약은 기초탐색연구→비임상→임상시험→허가 검토 승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초탐색연구에만 5년이 걸린다. 1만개 후보물질로 만들면 1개가 통과하고, 전임상에서 임상단계로 넘어가도 성공률은 10%에 불과하다. 이 전 과정은 최소 10~15년이 걸리며, 비용은 100억원이나 사용된다. 동물은 비임상단계에서 그치는데, 기초탐색연구 때부터 반려동물에 맞는 경제성 있는 약물 개발, 비임상까지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허가 승인까지 2년정도 걸린다.

그라스메디 직원들 전체 사진. / 사진=그라스메디
그라스메디 직원들 전체 사진. / 사진=그라스메디

그래서 그라스메디는 2년 주기로 신약 개발, 유통이 안돼서 국내로 못들어온 것들을 수입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전략이다. 지금 당장 개발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서울대, 마크로젠, 백산동물병원과 고양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하는 분별이식,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책 연구과제로 연구 개발 중인데, 염증성 장 질환과 반려동물의 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이다. 알러시정질환, 아토피성질환만 60%에 달한다. 그런데 피부 알러지 치료제는 사람용만 있다. 조이티스가 반려동물용 피부 알러지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비용이 비싸다. 그래서 주사제나 알약이 아닌 피부에 바르는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반려동물 약이 있다면

약품 쪽에서는 반려동물 체중조절 치료제다. 요새 화제가 되는 당뇨약이 비만 치료에 도움된다는 것은 의전원 졸업했을 2008년에도 이미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당뇨 치료하면 대사성 질환 치료가 가능해, 당뇨 치료가 비만 치료로 이어진다는 콘셉트다. 반려동물 가구수가 늘어나지만 반려동물 수명은 15년이다. 10년이 넘어가면 노령에 속한다. 즉 반려동물은 10년 주기로 약물 수요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요새는 반려동물을 가축화해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호르몬 배출이 어려워 지방 생성이 증가한다.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아 반려동물들의 골반절염이 생기고, 결국 비만으로 이어진다. 사람에서도 확인됐듯 당뇨와 비만을 연결시켜 반려동물 비만치료에 시장을 키워보고자 한다.

반려동물 시장이 크지 않아 애로사항도 있을텐데

정부나 자본시장에서의 반려동물 시장 접근법이 단순히 쿠팡과 브랜드 커머스로 하는 것에 집중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키우려면 국제 경쟁력 있는 큰돈을 버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반려동물 투자는 플랫폼, 보건 쪽에 치중돼 있다. 관련 시장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도 중요하다. 정부 정책도 현재 기반이 없어서 사료나 플랫폼, 보험에만 집중돼 있다. 정부가 제약 쪽에도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또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해서 반려동물 제약사들이 목소리를 내거나 법적 발의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이런 방향으로 우리나라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 시장이 커지길 기대한다.

올해 정부가 반려동물 정책을 내놓았는데 체감되는 변화는

연구개발(R&D) 예산이 반려동물 쪽으로 많이 넘어왔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에이(A)-벤처스(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창업 기업)에 그라스메디가 선정됐다. A벤처스를 대상으로 매년 연말 시상식을 하는데, 직접 사무관들, 농업진흥청에 있는 고위직들과 얘기해보면 시장 기류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실제 정부에서도 A벤처스 기업으로 반려동물 기업을 더 뽑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책, 지원이 있다면

사람 쪽은 치료제 개발에 있어 자유과제 공모나 국가 주도 R&D 과제라고 해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과제들이 많다. 그런데 반려동물 쪽은 반려동물 질병에 대한 연구, 개발을 위한 국가 주도 R&D가 없다. 이쪽으로 예산을 증액해서 동물이나 축산동물, 가축, 반려동물 쪽으로 R&D해서 약을 개발할 수 있는 예산들을 늘리고 프로그램을 늘려주면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