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사 후 55년 만에 파업 기로···찬반투표 임박
‘삼중고’ 공급과잉·탄소국경세·전기료, 실적부진 지속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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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협약 갈등에 파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업황악화, 각종 규제, 전기요금 인상 등이 동시에 나타나서다.

포스코는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기로에 섰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자연재해(태풍 힌남노)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되는 셈이다.

10일 포스코 노사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이달 5일 24차 교섭을 끝으로 내년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며 파업 의사를 내비쳤고 조만간 모든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통해 실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과반이 찬성에 표를 던질 경우 파업이 실시돼 고로 가동이 중단된다.

제철소의 조업 체계는 고로가 24시간 가동돼야 효율적인 생산 형태를 갖춘다. 고로가 멈추게 되면 재가동하기까지 2~3일이 걸린다. 식은 고로를 생산 가능한 온도까지 올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조가 업무중단에 나서면 파업 기간 외에도 고로 재가동 시간이 필요해 오랜 시간 생산 공정이 멈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시황이 정상화되지 않아 노동조합의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를 100% 수용하기 어렵다”며 “양 측의 이견이 큰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대화로 합의점을 도출해 파업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노사도 갈등이 심화되며 임단협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주식 10주를 포함한 580만원의 특별 성과급을 요구 중인데, 회사 측은 실적악화에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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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힘든 이유는 저조한 성적 탓이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며 건설경기 둔화가 계속돼 힘겨운 상반기를 보냈는데, 하반기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수요약화에 따른 제품 가격하락에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 줄어들 것”이라며 “내수부진과 봉형강 제품의 비수기 영향으로 강재 판매량이 457만톤(t) 수준에 머물렀다. 수요회복이 당분간 어려운 만큼 4분기에도 힘겨운 시기는 계속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유렵연합(EU)이 시범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세(CBAM)도 국내 철강업계의 악재 중 하나다. 에너지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에 따르면 CBAM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철강 EU 수출 비용은 약 1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탄소세 성격의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다. 관세가 추가 부과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 으름장도 철강업계를 옥죄는 형국이다. 한전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려 한다. 1킬로와트시(kwh)당 25.9원을 올리겠다는 목표인데, 철강업계는 일반적으로 전기료가 이만큼 오르면 최소한 수백억원을 매년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과 CBAM 시행, 전기료 인상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노사가 하루 빨리 타협점을 찾아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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