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극 여전, 중노위 조정 기간 끝나면 파업 찬반투표 예정
협력·공급사 협의회, 노조 파업 중단 촉구···“회사 존폐 위기”

포스코 노동조합이 지난 9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노동조합이 지난 9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노동조합이 창사 후 첫 파업 시도에 나선 가운데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광양 지역이 초긴장 상태다. 원청 기업인 포스코가 파업으로 고로 등 생산라인이 장기간 중단되면 하청업체인 협력·공급사들이 생존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노조와 회사 측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을 위해 수십차례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노조는 파업 본격화를 위해 이달 1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단체교섭 조정 기간을 기존 20일에서 30일로 늘려, 양 측의 협상을 이어가도록 했다. 조정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 실시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노조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포스코는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이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노사 관계가 중노위 조정 단계까지 간 것은 교섭 과정에서 나타난 간극이 상당해서다.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등을 요구 중이다.

반면 회사 측은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고 제시안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본금 16만2000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측은 평균 5.4%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는 등 최대한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파업 실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단, 노조는 포스코가 창사 후 55년간 임직원의 노력을 충분히 보상하지 않았다며 파업 강행 의지를 꺾지 않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파업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노조의 움직임에 포스코 협력사 및 공급사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나타났던 피해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가 가동을 멈추면 협력사와 직원들은 살아가기가 힘들다”며 “실제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매출 축소로 인한 고용불안과 일자리 감소에 더해 장기화될 경우 존폐까지 위협 받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노조가 회사 측과 기본급 인상 등의 복리수행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는 것은 같은 ‘급여생활자’ 입장에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 실시 및 장기화는 조합원들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단체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우수공급사(PHP) 협의회도 성명문을 통해 “포스코 노사 관계는 포스코 만의 문제가 아닌 거래하는 공급사 전체의 생존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파업으로 조업이 멈춘다면 태풍 피해 때보다 더 큰 피해와 함께 공급사 근로자의 의욕을 꺾어 박탈감까지 느끼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포스코 철강 부문의 조강 생산량은 매년 4000만톤(t) 이상이다. 자연재해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등의 악재로 지난해에는 3792만t에 그쳤다. 파업 현실화로 기간이 장기화된다면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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