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슈퍼사이클에 열연 상승세···매출 비중 18.0→18.7→21.9%
가전 침체에 3분기부터 냉연 인하, 후판 협상서 손해 상쇄 목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철강 사업부문의 주요 제품 생산량이 전방산업의 수요변화에 엇갈리는 모습이다. 조선업종에 주로 투입되는 열연은 최근 3년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많아지고 있다. 반면 가전업계에 활용되는 냉연의 경우 관련 시장의 침체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상반기 기준 포스코의 2021년 열연 생산량은 450만톤(t)이다. 2022년에는 418만t, 올해는 573만t이다. 지난해 대비 37.1% 늘어난 양이다. 열연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오름세다. 같은 기간 ▲2021년 5조996억원 ▲2022년 7조572억원 ▲올해 7조819억원 등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8.0%에서 지난해 18.7%, 올해는 21.9%로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소들이 상당한 양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황에 수출 및 추가 수주계약이 계속되면서, 열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소들의 선박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1.9% 증가한 92억2000만 달러(약 12조3200억원)다. 2021년부터 개선된 수주실적이 생산으로 본격화되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미 4년치 일감을 곳간에 쌓아둔 상황”이라며 “12년 만에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로 해당 물량을 건조하기 위해 대량의 후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연 강판과 후판은 서로 호환돼 따로 구별할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같은 조건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후판 사용량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현재 열연 생산량 및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열연과 대조적으로 가전 등에 주로 투입되는 냉연은 생산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 기준 2021년 432만t, 지난해 374만t, 올해는 318만t이다. 전년 대비 15.0% 감소한 셈이다. 가전 수요 악화가 생산량 감소에 주요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4.0% 쪼그라들었다. 가전 수요는 코로나19 초기에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2021년 상반기 냉연 생산량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등으로 현재는 매우 낮아졌다. 가전 시장 하락세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온라인 채널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을 보면 전년보다 12.0% 낮아진 모양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가전용 냉연강판 가격을 올해 3분기 들어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수요가 낮아진 상황에 기존 가격대로 냉연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냉연에서 발생한 손해는 열연(후판)으로 상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조선업계와의 올해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서 최소한 가격동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단, 철광석 가격이 내림세여서 조선업계가 ‘인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 역시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제철소들의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배려해 ‘소폭 인상’으로 합의한 만큼 이번에는 철강업계를 배려해 동결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