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철광석 가격 하락세, 조선업계 ‘인하’ 강력 주장
철강업계, 시황악화 여전···“동결로 최소한 상반기 가격 유지해야”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여름휴가철이 끝나면서 철강 및 조선업계의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철강업계는 실적부진과 전기료 인상 등을 이유로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글로벌 후판값이 내림세인 만큼 국내 역시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선용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거의 약 20%를 차지해, 이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수익성을 낮아지며, 반대로 철강업계는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후판 가격협상은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진행된다. 두 업계는 올해 상반기 협상이 마무리된 5월 18일 직후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조율을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반기 협상에선 인상으로 가닥이 잡혀 현재 국내 후판 가격은 톤(t)당 90만원대다. 당시 철강업계는 시황악화로 인한 실적부진과 철광석값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 등을 이유로 후판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조선업계는 이를 수용해 ‘소폭 인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양 측의 입장이 역전된 모습이다. 주위 환경이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의 명분 및 근거를 약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에 글로벌 시장에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글로벌 후판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t당 1000달러 선을 보이던 중국산 후판은 최근 600달러 이하에 거래되고 있다.
아울러 후판의 핵심 원료는 철광석인데, 올해초 t당 130달러선에 육박했던 가격은 현재 110달러대다. 글로벌 후판의 하락에 더해 철광석 가격도 낮아지면서 조선업계는 하반기 협상에선 ‘인하’가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과 철광석 가격의 하락을 고려할 때 국내 후판 값도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철강업계 측에서도 상반기처럼 후판값을 인상하려면 확실한 근거나 이유가 있어야하는데 현재는 인상 명분이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도 상반기처럼 가격인상을 강력히 주장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해, ‘동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시황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최소한 상반기 가격이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협상에선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배려해 ‘소폭 인상’으로 합의한 바 있다”며 “하반기에는 조선업계가 제철소 입장을 고려해 후판값을 동결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