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강관사업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 설립 승인
별도 법인 출범 통한 독립 의사결정 구조 구축···시장 대응 능력 강화
에너지·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 시장 전망 밝아

현대제철 울산 2공장.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울산 2공장.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현대제철이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라 철강 시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강관 전문 자회사를 설립을 통해 미래 먹거리인 에너지용·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별도 법인 분리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해상풍력과 에너지용 강관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 세아제강, 휴스틸을 제치고 국내 강관사업 분야 '톱티어'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강관사업부를 별도 분리해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 설립을 승인했다. 올해 말까지 현물 출차를 마무리하고 자회사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간 현대제철 강관사업부는 자동차용 소재를 생산하는 모빌리티소재사업본부 내 편입돼 독자적인 사업전략을 펼치기 어려웠다. 이에 강관 단일 제조업체인 세아제강, 휴스틸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용 강관이나 해상풍력 기자재 시장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익성이 저조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 현대하이스코를 인수·합병하면서 강관 생산부서를 울산공장에 편입했다. 인수 4년 차인 2019년부터 업황 악화로 강관사업부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에는 중국 법인과 함께 매각을 검토 중인 자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강관사업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모노파일, 핀파일 등 하부구조물 강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확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다.

1GW급 해상풍력발전 설비에는 약 20만~25만t의 강관이 사용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2022년 55.7GW에서 2030년 228GW로 확대될 전망이다. 2030년 한해에만 신규 설치용량이 50GW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강관만 1000만~1250만t에 이른다.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 규모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 규모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됐던 강관사업부가 이제 ‘돈 되는’ 사업으로 변모하면서 현대제철도 강관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힘을 싣는 모양새다. 강관사업부 별도 법인 분리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한층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의 목표는 국내 강관사업 분야 ‘톱티어’다. 기존 ‘캐쉬카우’ 역할을 했던 에너지용 강관과 함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강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기존 강관 사업의 주 수익원은 북미향 에너지용 강관이었다”며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맞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상풍력 등 고부가 에너지용 강관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용 강관 및 라인파이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에너지 분야 전문 인증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로부터 ‘신재생에너지 해상풍력 공장인증’을 취득했다. 이번 인증을 통해 현대제철은 향후 해상풍력 발전 관련 프로젝트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현대제철은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대만 TPC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 국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수의 트렉 레코드(수주 이력)를 기반으로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북미·호주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시장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재원은 에너지용 강관 판매를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기업공개(IPO)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석유·가스 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강관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미국 스테인리스 강관 시장동향’ 보고서를 통해 “파이프라인 확충, 해상 운송 터미널 등의 인프라 건설이 미국 내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에너지 강관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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