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성과급 400%, 격려금 1200만원 제시
노조 “특별성과급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현대제철 노조가 지난해 9월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벌인 사장실 점거 농성 모습.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노조가 지난해 9월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벌인 사장실 점거 농성 모습.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올해 임단협을 끝냈지만 현대제철 노사는 임단협 개시가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사측은 건설 경기 부진과 높아진 원자재 가격 탓에 올 하반기 실적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역대급 임금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특별성과급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파업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사측은 지난 3일 기본급 10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2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임협)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올해 교섭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사측이 제시한 안이다. 현대제철은 노조가 이 내용을 받아들이면 연말까지 모든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사업목표 달성 성과급 300%, 미래 산업변화 대응 격려금 100%, 지난해 최대 매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생산 장려 격려금 700만원, 경영개선 기여 격려금 300만원 등을 약속하면서 ‘역대급’ 임협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계속되는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다른 부품 계열사 수준의 임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노조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인다면 14차례에 걸친 임단협이 마무리된다. 다만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특별성과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측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창립 70주년 특별성과급을 포함해 지난해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1조6164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2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노조 요구안에 따르면 직원 1인당 평균 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는 이미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특별성과급을 달라며 약 150일간 사장실과 공장장실을 불법 점거하고 게릴라 파업을 반복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27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현대제철은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돼 노조의 요구안을 전면 수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 수입 물량 증가, 건설 경기 부진 등 ‘3중고’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이 높아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로로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전기요금이 1kWh당 1원이 인상되면 연간 200억원 규모 추가 원가 부담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조치에 따라 원가부담만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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