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이크로 LED·듀얼셀 TV 등 독자 기술 앞세워 TV 마케팅 박차
출시 계획 없는 시제품 많아...“마케팅 급급” 지적도

중국 TV업계가 미니 LED, 마이크로 LED, 듀얼셀 등을 앞세워 북미 시장 영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과거 저가 공세를 펼쳤던 것과 달리, 한국 기업과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TV 기술을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아직까지 품질 측면에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마케팅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20에서 TCL은 전시관 입구 전면엔 '8K'라는 커다란 간판 아래 TV 신제품을 진열했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채용한 TV 신제품 ‘바이드리안’도 공개했다. 전시장은 인파로 가득했다. 

TCL /사진=윤시지 기자
TCL 부스에 전시된 미니LED, OLED TV 비교 시연 코너.  /사진=윤시지 기자

특히 TCL 전시장 한쪽 구석엔 미니 LE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비교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나란히 전시된 두 TV에는 모델명 대신 각각 ‘미니 LED’와 ‘OLED’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TCL은 OLED TV를 만들지 않는다. 명백한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시연으로 해석된다. TCL 전시장 관계자는 두 제품을 두고 “휘도를 비롯해 몇 가지 측면에서 미니 LED TV 제품이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TCL이 미니 LED TV 기술을 구형 기술이 아닌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OLED TV와 비교한 데 대해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CL의 미니 LED TV는 100~500마이크론 크기의 미니 LED 백라이트유닛 위에 퀀텀닷(QD) 시트와 LCD 패널을 올려 만든 LCD TV로, 사실상 이 회사가 그동안 양산해 왔던 QLED TV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이다. 다만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TV로 평가받는 OLED TV와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한 만큼, 향후 신기술을 앞세워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창홍 부스 / 사진=윤시지 기자
창홍 부스 전면에 전시된 미니LED 8K TV. / 사진=윤시지 기자

 

TCL의 자회사 CSOT는 중국 가전업체 창홍에도 미니 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이번 CES에 창홍도 전시장 입구 전면에 커다란 8K 간판을 내걸고 75인치 미니 LED 8K TV ‘CHiQ 미니’를 전시했다. 창홍 역시 전시장 입구에 8K TV를 전시했다. 전시장 관계자는 “CSOT 패널을 채용했다"며 "아직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이센스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8K ULED TV 제품 / 사진=윤시지 기자
하이센스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8K ULED TV 제품 / 사진=윤시지 기자

 

중국 1위 TV 제조사 하이센스는 ULED TV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워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75인치 8K ULED TV와 듀얼셀 기술에 기반한 ULED TV 65인치 XD9G 등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하이센스의 듀얼셀 기술은 그레이 스케일 2K LED 패널과 컬러 스케일의 4K 패널을 겹쳐 휘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하이센스 전시장 한쪽엔 삼성전자의 '더 세로'처럼 세로로 돌아가는 '오토 로테이트 TV'가 전시돼 있었다. 삼성전자 '더 세로'와 유사한 형태로, 이곳 전시장엔 시제품이 전시됐다.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콩카 부스에 전시된 263인치 마이크로LED TV /사진=윤시지 기자
콩카 부스에 전시된 263인치 마이크로LED TV /사진=윤시지 기자

 

중국 가전업체 콩카는 미니 LED보다 미세 공정이 더 요구되는 마이크로 LED 8K TV 시제품을 전시장 전면에 내걸었다. 특히 이 제품은 263인치의 초대형 크기로 전시장 입구 전면을 덮었다. 크기만 보면 삼성전자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292인치 마이크로 LED ‘더 월’과 맞먹는 크기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8K 프로세서 칩셋을 채용했다. 다만 삼성전자 제품보다 화질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줬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업계가 그간 저가에 의존하던 방식 대신 신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LG전자와 달리 전시 제품 중 상당수가 실제 판매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시제품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전시장에서 직접 본 결과 국내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도 분명했다. 8K TV의 경우, 중국 업계가 아직 한국 업계의 AI 업스케일링 기능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8K 칩은 현재 시장에 팔리는 물건이 아니다”라면서 “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데, 중국 업계가 지난해 초부터 시작했다면 내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 것이다. 삼성과의 기술 격차가 2년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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