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신제품 빠지고 전시 규모 축소···로욜, AI 스피커 신제품만 공개
中 주요 업체 불참에 입지 위축

미국 CES2020 박람회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전시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까지 수년 동안 열린 CES는 중국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전시관도 큰 규모로 꾸몄지만 무역분쟁 이후 달라졌다. 미국 정부 제재 직격타를 받던 화웨이 전시 규모는 눈에 띄게 줄었고, 지난해 CES에서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세계 이목을 모았던 로욜도 눈에 띄는 볼거리가 없었다. 중국 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도 줄었다.   

CES2020 개막 둘째 날 8일(현지시각) 오전 화웨이와 로욜의 전시장은 주변 기업들의 전시장보다 한산했다. 화웨이의 경우 맞은 편에 배치된 중국 가전 업체 하이센스와 창홍 부스 보다 참관객의 발걸음이 뜸한 모습이었다.

화웨이 전시장 전면 /사진=윤시지 기자
8일 화웨이 전시장 전면 /사진=윤시지 기자

 

이번 CES에서 화웨이의 부스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번 전시는 화웨이 남미 지부에서 주로 참여했으며, 신제품 공개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화웨이는 전시장 중앙엔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P30프로 등 주요 모델과 보급형 노바 시리즈를 전시했다. 화면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 대신 화웨이 앱 갤러리가 깔려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신제품은 없던 까닭에 참관객 중 대부분이 진열된 스마트폰을 잠깐 만져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화웨이 부스에서 그나마 인파가 몰렸던 곳은 부스 중앙의 ‘메이트X’ 체험 코너였다. 화웨이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만 출시됐다. 공식 출시 이후 일반 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개된 공식 해외 행사는 이번 CES가 처음인 셈이다.

화웨이 메이트X에 지문이 잔뜩 묻어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펼친 메이트X 모습. 지문이 잔뜩 묻어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직접 만져본 메이트X는 투박한 느낌이 강했다. 무겁고 두꺼워 접고 펼 때마다 양손으로도 아슬아슬하게 쥐었다. 힌지 부분은 접는 게 아니라 힘을 줘서 휜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통상적인 폴더블 시연과 달리 메이트X 시연자는 장갑을 끼지 않고 메이트X를 다뤘다. 아웃폴딩 모델 특성상 화면이 쉽게 충격과 스크래치에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하게 여겨졌다. 메이트X의 화면은 여러 사람의 지문이 가득 묻어 있었다. 힌지 부분의 주름이나 요철은 생각보다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 로욜은 이번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신제품은 없었다. 이 외에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티셔츠, 가방 등 의류가 전시됐다. 실제 개별 제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나무 조형물이 더 참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로욜이 새롭게 선보인 AI 스피커(가운데). /사진=윤시지 기자
로욜이 새롭게 선보인 AI 스피커(중앙). 전면에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진=윤시지 기자

 

지난해 참관객의 관심을 모았던 ‘플렉스파이’ 시연 코너 인근은 오히려 한산했다. 플렉스파이는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이지만 완성도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직접 만져본 플렉스파이는 두껍고 무거웠다. 신제품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로욜 관계자는 “조만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개발 중”이라며 “올해 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로욜은 아직 디스플레이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플렉스파이도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중국 선전에 6세대 공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새롭게 진행하기로 했던 증설 투자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TV 제조사 TCL은 전시장 한쪽 유리관에 폴더블 스마트폰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자 디스플레이 부분이 아예 불투명한 필름이 붙어 막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시제품이나 컨셉 제품도 아닌 모형에 가까웠다. 참관객들이 유리관 근처로 왔다가 실망한 채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 전시장 관계자는 "작년보다 확실히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줄어든 느낌"이라면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화웨이가 부스 규모를 축소한 것은 물론 샤오미는 2년 째 CES에 불참하고 있다. 지난해 전시에 참여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도 이번 전시회에 소규모 부스로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아예 이번 CES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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