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개입 실질 효과 없어, 종이 호랑이라는 비판 시달려···대한항공 주총 이후 평가 바뀔 듯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집사처럼 국민 혹은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집사처럼 국민 혹은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려 주총 시즌이라 불리는 요즘, 언론에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용어가 자주 보인다. 작년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첫 주총 시즌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총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부결을 두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집사(steward)처럼 국민 혹은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말한다. 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도입했고, 현재는 미국, 일본 등이 도입한 상황이다. 다른 말론 ‘수탁자책임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제도가 등장한 것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전문경영인 간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주주보다 기업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연임 등을 위해 단기성과에 집착하며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을 막는 것이 목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경영권 개입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지난 2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한 국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회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도를 넘는 경영권 개입”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지난 24일엔 한국상장사협회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상당수 상장사가 우려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경영진 견제에만 치우치지 말고, 기업과 소통하며 중장기적 기업·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해야 한다. 상장회사와 자본시장 발전에 큰 힘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질 효과에 의문을 던지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명분은 좋지만 ‘국민연금의 판단과 상관 없이 통과 가능한 안건에만 반대 한다’는 비판이었다. 올해 주총 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효성,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사측에서 올린 안건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주총 이후 평가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서 64.1%의 연임 찬성표가 나왔지만 안건 통과 기준인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엔 미치지 못했다.

만일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연임 찬성표를 던졌다면 손쉽게 연임이 결정됐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기업 경영권에 처음으로 영향을 준 것이다. 여기에 여론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지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5.4%가 ‘대기업의 비리와 독단 경영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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