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 통해 택지지구로 개발
1974년 반포주공1단지 준공, 동남권 ‘아파트 시대’ 열어
대규모 단지, 재건축 사업 본격화···“한강변 고급 주거벨트로 자리매김 할 것”

강남 개발과 함께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를 열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강남에 최초로 지어진 반포주공1단지는 물론 크고 작은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등 기존 고급단지와 함께 강남 한강변 고급 주거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 최초’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정부는 강북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강남 개발을 추진했다. 개발 계획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발 초기 정부는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남권 부지 대부분이 농지인 탓에 군소지주들이 많았고, 영동지구 구획정리 사업 이후에는 필지가 더 쪼개져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면서다.

이에 정부가 눈을 돌린 곳이 한강 주변 하천 부지다. 정부는 이 땅에 ‘공유수면 매립 사업’을 진행했다. 공유수면 매립 사업이란 다의 일부를 막거나 하천에 제방을 쌓아 메우는 작업을 말한다. 이 사업을 통해 반포동, 압구정동, 잠실동, 동부이촌동, 서빙고동 등의 지역에는 대규모 택지가 마련됐다.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정부는 강남 개발의 일환으로 대규모 주거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한강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조성된 반포동에는 강남 최초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사진은 1974년 당시 준공된 반포주공아파트 단지  / 사진=서울시
1960년대 후반 박정희 정부는 강남 개발의 일환으로 대규모 주거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한강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조성된 반포동에는 강남 최초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사진은 1974년 당시 준공된 반포주공아파트 단지 / 사진=서울시

가장 먼저 아파트가 들어선 곳은 반포동이다. 당시 대한주택공사(現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매립지를 일괄 매입해 1974년 강남 최초의 아파트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를 건설했다. ‘남서울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분양된 1단지는 3786가구 규모 대단지로 조성됐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는 당시 중산층을 대상으로 지어진 최고급 아파트로 주목받았다. 아파트 규모는 평균 서민아파트 규모인 2~3㎡(약 8평)과 달리 72~138㎡(22~42평)이 주를 이뤘다. 대한주택공사가 처음으로 복층 설계를 도입한 아파트이기도 하다. 입주자 역시 고위 공무원, 변호사, 의사, 기업 임원 등 고소득 종사자들로 채워졌다.

1977년에는 고속터미널 인근에 반포주공2·3단지가 들어섰고, 한신공영도 아파트 건설 대열에 합류하면서 반포동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반포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 건설 붐은 인근 지역으로 퍼졌고,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주공 등의 대규모 단지들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사업 속도…“한강변 고급주거벨트 기대”

강남 아파트 시대를 열었던 반포동은 많은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단지는 반포주공1단지다. 반포동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넓은 이 단지는 현재 1·2·4주구와 3주구로 나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1·2·4주구는 한강변에 위치한데다 총사업비만 10조원에 달해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2017년 9월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단지명은 ‘디에이치 클라스’다.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5~6층짜리 저층 99개동, 2091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35층, 55개동, 5388가구 규모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사업 현황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건너편에 위치한 3주구는 재건축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3주구는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 우선협상자로 선택하면서 순항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가 세부적인 계약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현대산업개발과의 우선협상자 계약을 취소하고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이후 3주구는 시공사 모집에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물론 기존 정비사업장에서 종적을 감췄던 삼성물산까지 관심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조합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한데다 내부 갈등까지 지속되고 있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에는 이미 10년 전에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들 단지는 1단지에 비해 늦게 지어졌지만 규모가 작고 주민들 간 재건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3단지가 있던 자리에는 2008년 12월 ‘반포자이’가 들어섰고, 2단지 자리에는 2009년 7월 ‘래미안 퍼스티지’가 조성됐다.

그 외에 반포동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단지들도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남아파트와 신반포3차, 우정에쉐르 1·2차를 통합재건축하는 ‘경남·신반포3차’는 1·2·4주구와 마찬가지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를 갖춘 단지다. 삼성물산이 시공사를 맡은 이 단지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고 35층, 22개동, 2971세대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외에도 신반포15차, 반포우성, 반포현대 등도 재건축 사업 막바지 단계인 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반포동은 향후 재건축 사업이 하나둘 완료되면 기존 고급 아파트 단지들과 함께 강남 한강변 라인 대표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현재 반포동 일대에는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디에이치 라클라스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반포동 일대는 강남 최초에 지어진 아파트촌이자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시대를 연 지역으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며 “한강변 라인에 위치한데다 서리풀터널 개통, 경부고속도로 지화하 등 개발 호재도 갖춰 재건축 이후가 더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고급 단지와 함께 한강변 고급 주거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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