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15개 구역 중 6개 구역 해제
주택시장 회복세로 다시 꿈틀···해제구역까지 재추진 움직임
재개발 완료되면 1만5000가구 규모 아파트 타운으로 탈바꿈
광운대역세권개발·동북권 경전철·GTX-C노선 등 개발 호재도 산재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 뉴타운인 ‘장위뉴타운’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장위뉴타운은 2006년 지정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주민 갈등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로 구역 절반이 해제되면서 ‘반쪽짜리 사업지’라는 오명도 따라다녔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 영향으로 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소방차조차 진입이 힘들 정도로 낙후됐던 이 지역에는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예정된 재개발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장위동 일대는 1만5000세대 규모 아파트 타운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울러 동북선 경전철, GTX-C노선, 광운대역세권 개발 등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위뉴타운이 서울 동북권 신흥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금융위기 여파로 6개 구역 해제, ‘반쪽자리 재개발’ 오명도···주택시장 회복세로 다시 꿈틀

장위뉴타운은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일원에 추진되는 3기 뉴타운 사업지다. 서울에서도 초대형 공원으로 꼽히는 ‘북서울꿈의 숲’ 동남쪽에 붙어있다. 이곳은 부동산 호황이 한창이던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옛 놀이공원 ‘드림랜드’를 북서울꿈의 숲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장위동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계획을 세웠다.

장위뉴타운은 당초 186만7851㎡ 부지 15개 구역에 2만3846가구가 들어서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26개 뉴타운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입지가 뒤쳐진 탓에 사업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고, 주민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업을 취소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구역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 결과 15개 구역 중 8·9·11·12·13·15구역 등 6개 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며 반쪽짜리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업이 다시 꿈틀된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로 인해 2014년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다.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상승은 강북으로 이어졌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론’이 흘러 나왔다. 이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뉴타운 지역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장위를 포함한 서울 동북권 지역의 뉴타운지역들은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제한된 ‘노원-도봉-강북’의 대체지로 떠올랐다.

이에 장위뉴타운 사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였던 2구역은 ‘꿈의숲코오롱하늘채(513가구·코오롱글로벌 시공)’로 변신해 2017년 11월 입주를 마쳤다. 아울러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1구역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939가구)와 5구역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1562가구)’는 이달과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7구역을 재개발한 ‘꿈의숲아이파크’(1711가구·HDC현대산업개발)도 내년 12월 집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해제구역까지 사업 재추진···동북권 경전철·GTX-C노선 등 개발 호재 산재

장위뉴타운의 후발 구역들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구역과 10구역은 이미 재개발 사업 마무리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각각 ‘장위4구역 자이’(2840가구·GS건설), ‘장위10구역 푸르지오’(1968가구·대우건설)로 탈바꿈하게 된다. 4구역은 철거에 들어갔으며 10구역은 철거 전 이주단계로, 두 구역 모두 내년 착공이 목표다. 6구역은 지난 4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하철 1·6호선 석계역과 6호선 돌곶이역이 인접한 더블 역세권으로 장위 뉴타운 중에서도 요지로 꼽힌다. 1637가구 규모 ‘푸르지오’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14구역은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 탓에 정비구역 해제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해 8월 주민 찬반 투표로 재추진이 결정됐다. 14구역에는 2204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은 SK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맡았다. 사업을 포기했던 구역들도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11구역은 구역을 다시 3개로 나눠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15구역은 사업 재추진을 위한 동의서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3구역에는 도시경관개선사업과 도시재생사업 등이 진행되며 신축빌라가 크게 늘었다.

주변에 진행되는 각종 개발 호재도 장위뉴타운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을 중심으로 ‘광운대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코레일이 소유한 면적 14만9065㎡ 규모의 광운대역 물류기지 부지에 2조5000억원 규모의 주거·상업·업무시설을 짓는 동북권 최대 규모 개발사업이다. 아울러 서울 성북·강북·노원구를 연결할 ‘동북선 경전철‘과 경기 군포~의정부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등 교통 인프라 확충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개발 사업들이 완성될수록 저평가 돼 온 장위뉴타운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장위뉴타운은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탓에 주변의 미아·길음·이문뉴타운에 비해 저평가 돼 온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구역들이 사업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데다 각종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업계의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들은 향후 희소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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