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중 중국산 배터리 탑재차량 ‘3종’ 불과
오랜 기간 ‘대중차’ 이미지 강해 저평가 받았지만 이번 사태로 평가 올라
추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따른 판매 증대 기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해 최근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수입차 브랜드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해 현대차와 기아는 국산 배터리 탑재율이 높아 전기차 브랜드 평판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배터리 제조사를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현대차의 경우 코나 EV, 기아는 레이 EV와 니로 EV에만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3개 차종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 차종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산 브랜드가 만든 배터리가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빨간색은 중국산). / 자료=각사 홈페이지 참고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빨간색은 중국산). / 자료=각사 홈페이지 참고

전날 공개한 벤츠의 경우 EQC 400 4매틱, EQA 250, EQB 300 4매틱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산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EQE의 경우 EQE 300을 제외하면 모두 파라시스 브랜드를 사용했으며, EQE 500 4매틱 SUV와 EQS 350에도 파라시스 제품을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빨간색은 중국산). / 자료=벤츠코리아
벤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빨간색은 중국산). / 자료=벤츠코리아

또한 전날 출시한 폴스타의 쿠페형 전기 SUV인 폴스타4도 중국 CATL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iX1과 iX3에만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되고 나머지 차량엔 삼성 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푸조 e-208과 e-2008 SUV, DS 3 E-텐스는 CATL이, 내달 출시를 앞둔 지프 어벤저도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밖에 볼보 C40과 XC40에는 국산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전 차종 국산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비중이 많은 테슬라의 경우 아직까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3와 모델Y RWD의 경우 중국 CATL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 제조사들이 확인되면서 국내 전기차 여론도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내연기관 시절부터 수십년간 쌓여온 ‘대중차’ 이미지가 강해 수입차 대비 저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다른 완성차 기업보다 발 빠르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지만, 내연기관에서 타 브랜드 대비 출발이 늦은 탓에 전기차에서도 여전히 수입차 브랜드보다 한수 아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개된 후 현대차와 기아의 국산 배터리 제품 탑재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서 평가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추후 전기차 시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전기차 포비아로 인해 눈에 띄는 전기차 판매량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 향후 전기차 판매량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EV3와 캐스퍼 EV를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를 선언했으며, 이들 중저가 모델에도 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향후 나올 아이오닉9(가칭), EV4, EV5, GV90 등 신차에도 국산 배터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전기차 포비아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 보다는 근본적으로 과충전을 막아 화재 발생률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국산 배터리라고 화재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제조사 공개를 강제하면 통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중국과 외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 중국산을 배제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배터리 최대 충전율을 90%로 제한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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