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두려움은 소비자 편익·시장 발전에 도움 안돼
엔진차와 화재 비율·진압 난이도 동등···여론 호도 지양하길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지난주 서울, 경기에서 각종 자동차 전시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현장이나 SNS를 통해 느낀 것은 전기차(BEV)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BMW 딜러사 코오롱모터스 전시 행사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전기차는 전시장 시승용으로 모두 투입돼 행사장에 전시하지는 못했다”며 “BMW 전기차를 찾는 고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모처에 마련된 포르쉐 전시 공간에서도 전기 스포츠카 신형 타이칸을 살펴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카메라로 촬영해 SNS에 올린 누리꾼들은 “이 차로 한국 도로나 주차장을 다니면 어떨까”라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각 현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 경계심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들 브랜드는 최근 전기차 화재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천 송라에서 불 난 전기차에 탑재됐던 ‘낯선 중국 제조사’ 배터리가 아닌 한국 기업 배터리를 주로 탑재했고 화재 사례를 일으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재 이후 ‘모든 전기차가 잠재적 화재 원인’이라는 왜곡된 우려가 확산됐고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사회에 퍼졌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소비자들이 인명, 재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작은 위험 요소도 회피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례들의 발생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일말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미래이자,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편익, 시장 발전 측면에서 득될게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와 동등하거나 낮다는 것은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이미 입증됐다.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이 밝혔듯 전기차 화재의 초진,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차보다 어렵지도 않다. 화재 시 방출되는 열의 양(열방출율)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낮다는 분석(국립소방연구원, 2021)도 나왔다.

화재 진압에 9배 많은 물과 함께 질식포, 소화수조 등 별도 소화 장비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화재를 예방하고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능과 안전 장치를 개발해 차량에 전면 도입했다. 정부, 소방 당국도 인명,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실무적 방안을 적극 강구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한 정보를 흘리며 여론을 호도하거나 빈약한 근거를 제시하며 전기차 시장 내 불안감을 조성하는 주체들도 자중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는 “화재의 원인, 차종별 발생 비율을 제대로 모르고, 내로라하는 전문기관들도 서로 다른 주장을 툭툭 던지고 있다”며 “전기차·배터리 제작사, 정부, 전문가 모두 조금은 더 진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포비아가 무색하게 국산 전기차 신모델이 판매 기록을 세우고 수입 모델이 실적 확대하는 장면은 시장 발전 관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 위상을 높일 전기차가 본거지인 내수 시장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시장 주체들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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