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비율, 내연기관보다 오히려 낮아
빠른 화재 확산 및 외부 온도 높다는 점 등도 잘못된 정보
지하 주차장 실내 스프링클러 작동이 가장 중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해 ‘공포증(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섰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31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일반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오히려 비(非)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다.
소방청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일반 승용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에 의한 화재 사례는 이보다 현저히 낮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화재가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만 맞다고 해명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 붙지 않으며,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더 오래 걸린다는 것도 오해라고 밝혔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이 단시간에 진행되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시간 소화수조에 담가놓거나 질식포로 덮어놓기 때문에 진압 시간이 길게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소방 기술 솔루션 업체들이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 향후에는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보다 온도가 높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ℓ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즉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다는 것이다.
통상 중형급 승용차의 경우 가솔린차는 약 50ℓ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며 연료가 가득 찬 상태 열량은 각각 1620메가줄, 288메가줄로 가솔린차 에너지량이 더 높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화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선 지하주차장 내 스프링클러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전북 군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도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한 바 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라도 피해가 크다.
지난 2022년 대전 한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1톤 트럭에서 시작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수백억원 손실을 낸 바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용인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내연기관 화재로 120여대 차량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공통점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불어 배터리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객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상 충전률 100%가 실제로는 100% 충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으며, BMS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을 재산정해 추가적인 마진을 확보한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기차 화재에 따른 고객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 BMS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