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발생율, 내연기관차와 같아
막연한 우려·배척 지양하고, 개선 모색해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지난 1일 인천 청라 소재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수입 전기차(BEV)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에서 기시감(데자뷔)을 느꼈다. 전기차 화재가 보도될 때마다 “전기차는 너무 위험하다”, “전기차 도입과 운행은 시기상조”라는 등 부정적 여론 일색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기차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마녀사냥을 하려는 듯 날을 세웠다.

한 누리꾼은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 못대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전기차 사려다가 말았는데 잘한 것 같다. 전기차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얼마 전 만난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신차 구입을 고려 중이라고 했지만 “전기차는 불날까봐 못 타겠다”고 했다.

전기차 출시를 앞둔 기업 직원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내 하이브리드차 이름을 나열하는 그의 머릿속 선택지에 전기차는 없어보였다.

소비자들이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기차를 배척하는 것은 애석한 부분이다. 실제 동력원별 차종의 등록 대수 대비 화재 사건 발생 비율을 살펴보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차이는 거의 없다.

소방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기차 등록대수 54만4000대 대비 같은 해 전기차 화재(72건) 발생 비율은 0.013%로 집계됐다.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비율이 0.014%(2518만9000대 대비 3736건)로 전기차와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기차만큼 내연기관차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

물론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에만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때 진압하기 어려운 점은 소비자 걱정을 키울 만하다. 배터리가 보호 팩으로 둘러싸여 있어 물이나 소화 약제가 잘 닿지 않고, 특수장비를 사용해 내연기관차보다 통상 2배 이상 긴 시간 진화 작업을 펼쳐야 한다.

민관은 이 같은 우려 속에서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고전압 배터리 안정성을 높일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와 매뉴얼을 개선 중이다. 정부는 전기차 안전 이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화재 예방 지침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내연기관차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9명, 29명, 31명으로 매년 증가한 반면, 전기차 화재 사망자는 1명도 없다. 통계자료를 살펴볼 때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의 화재를 더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시선은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보인다. 전기차는 현재 소비자 편익 증대, 환경 보호, 산업 발전 등 측면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대중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여론으로 일말의 이득이 발생한다 해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를 무분별하게 배척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각 업계가 전기차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소비자들이 이동수단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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