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은 EV3에 눈돌려
중국산 배터리 탑재에 주목···“다양한 선택지 제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일렉트릭의 국내 위상이 판매 부진, 배터리 이슈 때문에 하락했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코나 EV)의 지난 1~7월 국내 판매대수는 전년동기(966대) 대비 68.6% 증가한 162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별 판매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별 판매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지난해 실적은 4월 중순 판매개시된 후 7월까지 3개월여 만에 기록한 것으로, 월평균 판매대수는 지난해(241.5대)보다 올해(232.7대) 더 낮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고금리를 겪는 가운데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값비싸고 주행거리 불안을 느끼는 전기차를 외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모호한 가격대도 판매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코나 일렉트릭의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후 최저 판매가는 4652만원(이하 롱레인지 기준)이다. 현재 기아가 판매 중인 동급 전기 SUV EV3(4415만원)보다 230만원 넘게 비싸다.

EV3는 더 저렴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에 비해 더 넓은 실내공간을 갖추고 80㎞ 이상 긴 인증 주행거리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나 일렉트릭이 비교적 낮은 단가에 공급되는 중국산(CATL)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가 지난 3월 4일 출시한 2024 코나 일렉트릭의 N 라인 모델. /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지난 3월 4일 출시한 2024 코나 일렉트릭의 N 라인 모델. /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3월 연식변경모델 ‘2024 코나 일렉트릭’의 출시가를 프리미엄 트림 기준 100만원이나 인하했지만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더 작은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코나 일렉트릭 입지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누리꾼 A씨는 “2세대 코나는 신차 가격 인상 시기에 출시된 과도기적 제품이고 EV3는 시장 둔화 속 구원투수로서 출시돼 두 모델 가격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차량을 구매한다면 (가격, 상품성을 고려할 때) 코나 일렉트릭은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일부 해외 시장에서도 위상을 잃은 모양새다. 현대차는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공략 중인 인도에서 코나 일렉트릭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코나 일렉트릭 정보란을 배제했다. 지난 2019년 7월 인도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첫 전기차로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지난 6월까지 누적 2329대 판매하는데 그친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다. 대신 내년 동급 제원에 더욱 저렴한 전기 SUV 크레타EV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고객을 위해 마련한 서비스 에브리 케어의 소개 이미지. /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전기차 고객을 위해 마련한 서비스 에브리 케어의 소개 이미지. / 사진=현대차

◇ 누리꾼들 “코나 EV는 과도기적 모델, 구입 망설여져”

코나 일렉트릭은 최근 수입 전기차 화재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점으로 새삼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전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모델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최근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를 일으킨 수입 전기차가 중국 브랜드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이 알려진 후 불안을 느낀 현대차 전기차 보유자들이 차량별 배터리 제조사를 앞다퉈 문의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목록에 기재한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 CATL이다. 현대차가 판매 중인 소형 상용(포터Ⅱ 일렉트릭), 승용 전기차 중 유일하게 코나 일렉트릭에 중국 배터리가 장착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할 당시 차량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이유에 대해 “코나 일렉트릭의 성능, 상품성을 고려해 배터리 제조사를 선정했다”며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한 CATL 배터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구형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로 구설에 오른 후 2년간 판매 중단했다가 CATL 제품을 장착한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이후 시장에 알려진 추가 화재 사례는 없었지만 중국 배터리 제품의 신뢰도가 낮은 것이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수입차 화재사고로 일부 누리꾼들이 “중국 배터리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급진적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일렉트릭에 재차 시선이 모이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캐스퍼 일렉트릭, 아이오닉 시리즈와 함께 판매하며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품질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 무관한 코나 일렉트릭의 판매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시리즈로 고객에게 다양한 전기차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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