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올해 BMW와 점유율 차이 약 5%p까지 벌어져
전기차 화재로 프리미엄 이미지 실추···전기차 판매는 물론 브랜드 판매 악영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까지 BMW코리아와의 수입차 1위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올해 1위 자리 탈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벤츠 판매량은 3만4380대로 작년대비 15.8% 감소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위인 BMW코리아(4만1510대)도 작년보다 판매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더 작아 벤츠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에 따라 양사 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2.12%p에서 올해에는 4.83%p까지 커졌다.

앞서 벤츠는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국내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BMW에게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올해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벤츠 부진은 S클래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당초 지난해 S클래스는 연간 1만1000여대를 판매하며 E클래스, 5시리즈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나, 올해에는 판매량이 2500여대(1~7월 기준)으로 떨어지며 작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적용과 신차 효과 약화 등으로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벤츠 전기차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인천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EQE에 불이 나면서 주차 중인 차량 수십대가 전소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벤츠코리아는 화재 사고에 따른 피해 복구와 주민 생활 정상화를 위해 45억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화재 사태에 대해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벤츠 본사에서도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했으며, 근본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 전기차 화재로 인해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전기차 판매 감소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주변 차량 수십대가 전소됐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주변 차량 수십대가 전소됐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벤츠 전기차의 경우 다른 브랜드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7월 기준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3033대로 벤츠 전체 판매량의 약 8.9%를 차지했다.

또한 올 하반기 마이바흐 EQS SUV와 G클래스 전기차 출시 등을 앞두고 있어 해당 모델들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다. 당초 벤츠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으나,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에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이 드러나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입었다. 또한 단순 중국산 배터리가 아닌 세계 10위권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 제품이 억대 전기차에 탑재된 것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벤츠는 늘 “판매량 보다는 프리미엄 가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벤츠는 BMW보다 판매량에서는 밀렸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더 높았다. 작년 벤츠 매출은 7조9375억원으로 작년대비 5.3%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BMW코리아 매출은 6조1066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량의 경우 BMW 7만7395대, 벤츠 7만6697대 등으로 BMW가 698대 더 많았지만, 매출은 1조8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벤츠가 BMW 대비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면서 고가 차량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벤츠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삼각별이 상징하는 프리미엄 때문이었다”라며 “승차감 뿐 아니라 하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벤츠를 선택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 이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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