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어 충남 금산 주차타워서 전기차 화재
화재 차량 각각 中·韓 배터리 탑재
K-배터리, BMS 고도화·전고체 배터리로 승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일어난 후 닷새 만에 충남 금산에서 기아 EV6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두 사건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추정하면서 배터리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 전기차 화재 건수 매년 증가···2020년 11건→2023년 72건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화재 발생 건수는 총 50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SK온이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SDI는 1건을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도 증가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지난 2018년에는 1건의 화재를 일으켰지만, 2022년에는 8건으로 부쩍 늘었다. 국내 전기차 화재 사고 건수는 2020년 11건에서 지난해 72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가 화재 위험을 낮추는 배터리 팩 개발에 주력하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인천 서구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중인 벤츠 EQE 전기차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의 입주민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103명은 대피 유도에 따라 화재 현장을 빠져나왔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지하주차장 내 차량 72대가 전소됐다. 330동 5·6라인, 331동 5·6라인, 332~334동 전체가 전기 공급시설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봤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벤츠 EQE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리스 에너지’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 배터리 제품은 화재 위험으로 중국 내에서 리콜을 유발한 사례가 있다.
이날 오전 5시께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서 충전 중이던 기아의 EV6에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EV6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로, 국산 NCM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K배터리, BMS 고도화···배터리 이상 미리 감지·통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는 게 업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발생한 화재 사건 두 건의 전기차 배터리 모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력하는 삼원계 배터리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불안 잠재우기’ 노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당장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BMS 적용을 통해 과충전과 과전류 등을 방지해 배터리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R&D) 인력 4000여명 중 약 450명이 BMS개발센터에 근무 중이다. 삼성SDI과 SK온도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개발, 적용 중이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안전성 평가센터를 개소해 안전성 검증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배터리가 통상 견딜 수 있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조건에서 배터리 내구도를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종 목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다만 배터리 셀에 손상이 발생하고 난 뒤엔 BMS도 무용지물이 된다. 전기차에는 대부분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데,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도로 자연 발화하는 리튬의 특성상 한 개의 배터리 셀에만 문제가 생겨도 수백개의 배터티가 연쇄적으로 불에 탈 수 있다.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이든 제조상 결함이든 혹은 과충전에 따른 화재든 간에 일단 배터리 열화는 열폭주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3사는 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특히 전해질이 불에 잘 타는 성질을 갖는다.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면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밀도와 충전 용량도 기존 배터리보다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국내 배터리사 가운데 전고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건 삼성SDI다. 양산 목표는 2027년으로 LG에너지솔루션(2030년 이전), SK온(2029년) 보다 2~3년 앞선다.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 전까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호도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떨어지지만 비교적 화재 위험성이 낮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LFP 배터리 침투율이 2020년 17%에서 올해는 41%로 2026년에는 47%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