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기차 충전기, 지난해 기준 30만5309기···7년새 151.6배↑
충전기 시장 2030년 6.3兆 규모 전망
국내 이어 미국도 진출···SK시그넷 현지 점유율 1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와 LG, GS 등 다수의 대기업집단이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최근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충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인프라 및 플랫폼 확대에 집중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이 끝난 후 다시 찾아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 숫자는 2016년 2014기에서 지난해 30만5309기로 7년새 151.6배 증가했다. 정부가 탄소제로를 목표로 충전기를 전국 곳곳에 빠르게 늘리고 있어서다. 올해는 45만기까지 늘리고, 2030년까지는 123만기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말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완비되는 모습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충전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6조3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성장에 주요 기업들은 해당 생태계에 뛰어들어 주도권을 쥐려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 시장에서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SK다. SK는 2021년 3000억원을 투자해 ‘시그넷EV(現 SK시그넷)’를 인수했다. 시그넷EV는 2016년 설립된 기업으로 초급속 충전기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았다.
SK시그넷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350kW 이상) 시장 점유율 1위(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EVI)’에 맞춰 시장 공략 속도를 빠르게 높이는 중이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50억달러를 투자해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구축하고 있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초급속 충전기는 기존 충전기보다 7배 빠른 충전 속도를 지원해 1분 충전으로도 32km를 주행할 수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유럽 등으로도 판매 활로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시장에 참전 중이다. 2022년 6월 전기차 충전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해 신성장동력으로 정했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합작 법인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출범했다.
양 사가 각각 250억원씩 출자했고, 유플러스의 연결 기준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기존에 보유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동 서비스·플랫폼 역량을 합쳐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GS는 GS에너지 및 GS커텍트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운영 중이다. GS에너지는 그룹내 전기차 충전사업을 총괄하며, 충전기 제조기업인 지엔텔과 합작해 GS커넥트를 설립한 바 있다. GS커넥트가 보유한 전기차 인프라는 2만1000여기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대중화 시기가 점차 다가오면서 충전기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미국에도 생산거점을 설립해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