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 걱정에 빨리 둘째 갖고 싶어도 휴직 및 재취업 부담 커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첫째를 낳고서 아이가 너무 예뻐 둘째도 갖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사를 관둘 수 없는 상황에서 육아 휴직에 대한 부담이 크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상아씨(여·36세)는 결혼 2년차에 첫 딸을 낳아 현재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김 씨는 “바로 둘째를 갖고 싶지만 연속으로 육아 휴직을 쓰자니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김 씨 직장은 중소기업이다. 남편도 중소기업에 다니며 맞벌이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다. 한명이 일을 그만두면 혼자 벌어 가정을 꾸려나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정부에서 육아 지원금이 나오지만 회사를 관두고 지원금만로 생활하기에는 버거운데다  경력 공백에 따른 위험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김 씨 말고도 우리 사회에선 둘째를 갖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9만1700여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하면 둘째 이상 출생아는 5년만에 40% 감소했다.

김상아씨는 현재 첫째를 낳고 육아 중이며 둘째를 가져야 할지 고민 중이다. / 사진=박성수 기자
김상아씨는 현재 첫째를 낳고 육아 중이며 둘째를 가져야 할지 고민 중이다. / 사진=박성수 기자

Q. 아이를 갖고 회사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이가 생기고 나서 회사에서 육아 휴직을 쓰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우리 회사는 직원 10인 이하의 소규모인데, 그동안 육아 휴직을 썼던 사람이 없어 회사 내규가 아예 없었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다 양식을 만들고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Q. 회사에서 눈치를 준다거나 불이익은 없는가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아이를 가졌을 때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휴직 직전까지 근무를 할 때도 많은 부분에서 배려를 해줬다. 그러나 주위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소기업에서 애를 가지면 사실상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Q. 휴직 기간 동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내가 빠지면 누군가는 추가로 일을 더 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사람이 많다면 육아 휴직을 가더라도 업무 분담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결국 남은 인원 중 1~2명이 공백을 채워야 한다. 1명이 2인분 일을 해야 한다.

여름 휴가나 연차를 쓸 때도 업무상 이유로 연락이 올 때가 많은데, 육아 휴직 동안에도 회사 일과 관련한 연락 때문에 육아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직장 동료들도 다들 너무 미안해하면서 업무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연락을 하고, 나도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동료들한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든다.”

Q. 원래부터 둘째를 갖고 싶었나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누나나 남동생 등 형제들이 있어서 결혼 전에도 애를 낳으면 둘 이상 갖자고 자주 얘기를 했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형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으니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Q. 둘째를 낳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지금 내 나이를 생각하면 노산이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둘째를 갖고 싶다. 그러려면 바로 육아 휴직을 연달아 써야 하는데 이 경우 사실상 지금 회사를 관둬야 한다. 지금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사람들도 좋아서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지만 둘째랑 회사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둘째를 낳고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2~3년 가까이 쉰 경력 공백에 대한 부담이 크다. 둘째를 낳고 재취업을 하려면 나이가 40이 다 되는데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Q. 정부에 바라는 점은

“출산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육아 지원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최근 뉴스를 통해 어디는 출산장려금으로 1억원을 준다느니, 대기업들은 출산지원금을 확대한다느니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다니는 입장에선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육아 휴직도 대기업이나 공무원들은 확실하게 보장돼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마저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종사 중이며 소규모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정부 정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에 맞춰져 있고 소규모 중소기업들은 등한시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에게 초점을 맞춘 현실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