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팹 양산 2025년으로 연기
인건비 등 원가 상승 요인
투자 비용 기존 계획 대비 47%↑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신규 파운드리 팹 개시를 늦췄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팹) 장비 투입을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의 인건비 등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 팹 개시를 늦췄다. 1공장에 이어 2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 대비 1~2년가량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황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테일러 공장 설비공급은 작년말쯤으로 계획했는데 지난해 10월쯤에 갑자기 올 상반기로 미뤄진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또 미뤄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현지에서 인건비 등 단가가 최근 들어 더 오르다 보니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건설 지연에 영향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테일러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처음 발표할 당시 양산 목표 시점을 2024년 하반기로 설정했으나, 계획이 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이끄는 최시영 사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양산 시기를 2025년으로 언급했다.

최 사장은 지난 12월 IEDM 2023 기조연설에서 “테일러 공장에서 2024년 하반기 안에 첫 번째 웨이퍼가 나오고, 2025년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식 홈페이지에는 테일러 팹 공사 일정이 2022년 착공, 2024년 가동으로 기재됐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테일러 팹은 5G,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 분야를 공략할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건물과 부지 개발, 기계 및 장비를 포함한 테일러 팹 내 예상 투자 총액을 170억달러(약 22조원)로 잡았으나, 2022년부터 물가 및 인건비 등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기존 계획 대비 투자액이 상당 수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미국 내 재직 중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5.5% 올라 25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건설 총비용이 250억달러(약 33조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기존 계획했던 비용보다 47%가량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미국 정부가 당초 내걸었던 보조금 지원 계획조차 늦어졌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도입할 당시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총 527억달러(약 69조원)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첫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를 지목하고, 3500만달러(약 466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달초에는 자국 기업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와 1억6200만 달러(약 2125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에 돌아가는 지원금은 최대 25억5000만달러(약 3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TSMC에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삼성전자에 보조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도 미국 신규 팹의 가동 시기를 늦춘 것으로 파악된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2020년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신규 팹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1공장 건설에만 120억달러(약 15조5000억원)를, 2공장까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총 400억달러(약 53조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공장의 경우 당초 2024년말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전문 인력 부족을 이유로 2025년으로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2공장 가동 예정 시기도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TSMC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의 2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에서 2027년 또는 2028년으로 1~2년가량 늦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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