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번타입에서 플라즈마 타입 스크러버 첫 도입
친환경 방식 스크러버 요청 증가 추세
LNG 활용하던 삼성도 전환 속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충남 아산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충남 아산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기 신제품을 겨냥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에 친환경 정화 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생산공정에 활용하던 천연가스(LNG) 기반의 번(Burn)타입 스크러버에서 플라즈마 타입으로의 첫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크러버는 디스플레이 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와 각종 오염물질을 열에너지를 통해 정화하는 일종의 세정 장치다.

23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를 중심으로 구축 중인 8.6세대 IT용 OLED 전용 설비에 플라즈마 타입의 스크러버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라즈마 스크러버를 생산라인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번타입 스크러버를 활용했다.

스크러버는 열에너지 공급 방식에 따라 LNG를 이용하는 번타입, 전기를 통해 가열하는 히터(Heater)타입, 촉매를 이용하는 웨트(Wet)타입, 플라즈마 방식 등으로 나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들은 그간 번타입을 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플라즈마 등 친환경 방식의 스크러버에 대한 요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플라즈마 타입 스크러버는 고온의 필터를 통해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방식이어서 친환경은 물론, 유지 관리에 용이하고 다양한 가스 처리가 가능하단 장점을 지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스크러버 공급업체는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삼성디스플레이와 115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용 부대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IT용 OLED 라인에 투입되는 플라즈마 타입의 스크러버로 추정했다.

이번에 처음 플라즈마 타입을 도입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는 약 4~5년 전부터 이미 OLED 생산공정에서 플라즈마 스크러버를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의 주력 공급사는 유니셈으로, 공급물량 전체를 번타입이 아닌 플라즈마 스크러버로 공급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관계자는 “사실 번타입이나 플라즈마나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공장(팹) 내 LNG 공급체계가 갖춰져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 LNG를 쓸 수 있어서 번타입을 선호해왔던 것이고, SK하이닉스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연료원으로 가스를 쓸 수 없는 환경이어서 전력을 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디스플레이도 계속 LNG를 쓰고 싶겠지만, 탄소중립 트렌드로 인해 이제 플라즈마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경쟁사 중 가장 먼저 8.6세대 라인 투자를 발표하며, 추후 애플을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IT용 OLED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6년까지 총 4조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 대비 원장 한 장에 2배 이상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어 비용은 줄이되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중국 BOE도 그해 11월 630억위안(약 11조 4000억원)의 자금력을 앞세우며 8.6세대 OLED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6세대 라인으로 올해 물량에 대응한단 계획이다. 지난달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한차례 운영자금을 확보했으며, IT용 OLED 투자를 위한 추가 자금 확보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올해 첫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 신제품 2종(11형·12.9형)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OLED 맥북을 선보이는 등 OLED 도입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T용 OLED 출하량은 790만대이며, 앞으로 연평균 41% 성장률로 2027년에는 31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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