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선박·엔진, 수출 및 판매 활로 다변화 계획···조선 사업 규모 확대 위해 STX중공업 인수 추진
대우조선 인수는 9부능선 넘어···HD현대와 STX중공업 놓고 치열한 신경전

STX중공업의 선박용 엔진. /사진=STX
STX중공업의 선박용 엔진. / 사진=STX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STX중공업까지 눈독 들이고 있다. 두 곳을 인수해 선박에서 엔진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 과정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 STX중공업까지 노리고 있어, M&A 결과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화는 이달 중순 STX중공업 예비입찰에 참여해 현재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다. 인수대금은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 엔진과 DF 엔진,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엔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선박용 저속에진 부문에선 현대중공업 현진사업부와 HSD엔진에 이은 글로벌 3대 사업자이기도 하다.

HD현대도 STX중공업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달 15일 HD현대의 계열사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HD현대는 STX중공업을 인수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3사와 엔진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대우조선 인수를 눈앞에 둔 한화와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로 첫 번째 신경전을 펼치게 됐다. 업계에선 두 곳 모두 자금력이 충분한 만큼 어느 쪽이 높은 금액을 써낼지 ‘눈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단, 시장에선 한화가 아직 대우조선 인수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화의 대우조선 및 STX중공업 인수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두 기업 모두 인수 ▲대우조선이나 STX중공업 중 한 곳만 인수 ▲두 기업 모두 실패 등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두 곳을 모두 인수한다면 한화는 대우조선의 특수선(잠수함·전투함·보조함) 능력에 STX중공업의 함정용 엔진 및 친환경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기존 방산 생산량에 대우조선의 조선 능력, STX중공업의 선박용 엔진 등의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판로가 더욱 다양해진다.

두 곳 중 한 기업만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아있지만 무난하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부에선 해외 당국들이 한화의 방산 규모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반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하고 STX중공업만 인수한다면 한화 입장에선 사업 시너지를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반면 대우조선만 인수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올해 9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공식화했을 때처럼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존 플랜을 따르면 된다. 큰 문제는 없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두 기업 모두 인수하지 못할 경우다. 인수대금 등은 보존할 수 있지만 대우조선 인수가 물거품되면 장기적으로 세웠던 성장 발판 확보가 어려워진다. 내부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어 조직혼란이 야기될 공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를 성공리에 끝마친다는 전제 하에 조선업 관련 사업을 확대를 위해 한화가 STX중공업의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것”이라며 “각 기업의 인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셈법으로 인수전을 준비 중인 만큼 계획대로 두 기업 모두 인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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